"푸틴의 우크라 공습은 군 내부 비판과 자존심 상처 때문"

입력
2022.10.11 07:30
영국 가디언, 전문가 분석 인용
“침공 실패에 대한 절박한 답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 12개 주요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은 군 내부 비판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다 적극적인 공격을 요구하는 러시아 내 강경파 목소리가 커진데다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 분노까지 더해져 우크라이나 ‘심장부’를 노린 대규모 공격 지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의 대규모 공습은 △국내 군 비판세력 △러시아가 침공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 △크림대교 폭발 후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한 ‘절박한 답변’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은 “지금 푸틴이 하는 것은 사소한 복수”라며 “개인적 복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러시아 전쟁 전문가와 군사 블로거 등은 개전 이후 꾸준히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라고 촉구해왔다. 러시아군 수뇌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던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은 최근 미사일 공격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리는 러시아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고 경고했다”라며 “이제 전쟁 진행에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크림대교 폭발 배후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겨냥하면서 “이런 종류의 범죄에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은 전투 패배로 절박한 상황이며 전황을 유리하게 바꾸려고 미사일 공포를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이 악명 높은 새 군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을 임명한 점도 눈여겨볼만하다는 분석이다. 이를통해 전쟁에서 국방부의 성과에 대한 분노를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로비킨의 첫번째 결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로비킨과 함께 일했던 전 국방부 관계자는 가디언에 “키이우에서 벌어진 일이 놀랍지 않았다. 그는 매우 무자비하고 사람 목숨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의 손이 우크라이나인의 피로 뒤덮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와 2020년까지 함께 일했던 전 공군 중위 글렙 이리소프는 “수로비킨은 강경파들을 선호하고 와그너 용병회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며 “그가 매우 잔인한 동시에 유능한 사령관이지만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습에 대한 러시아 내 강경론자의 호평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매파’들은 여전히 전면전을 원하는 탓이다. 정치 평론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 여론은 대규모 공격과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인프라 완전파괴를 원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