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의 거센 도전···'공천 0순위' 당협 67곳 내홍의 새 불씨 되나

입력
2022.10.11 04:30

‘이준석 리스크’를 해소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 재정비를 예고하면서 당내에 긴장감이 감지된다. 당협위원장은 ‘공천 0순위’로 평가받는데 공석인 67개 당협위원장에 대한 임명뿐 아니라 일부 당협의 경우 위원장 교체도 검토되고 있다. 벌써부터 ‘친윤’ 주도의 물갈이 인사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협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당심의 지형도가 달라지는 만큼, 당권주자들의 물밑 각축전은 이미 치열하다. 차기 당대표 선출과 관련한 ‘전당대회 룰’ 확정 문제도 당 내홍의 불씨를 지필 변수로 꼽힌다.

10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당협 재정비를 국정감사 직후 시작해 연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마지막으로 전국 조직 정비를 하지 못했던 만큼 차기 전당대회 전에 점검을 마치겠다는 구상이다.

전국 당협 253곳 중 현재 6개월 이상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은 67곳이다. 상당수는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위원장이 사퇴한 곳들이다. 이 때문에 지선 출마 후 낙선한 인사들 상당수는 기존 당협으로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를 찾아야 하는 국민의힘 소속 21대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19명에 달하고, 윤석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 중 지역구 출마를 원하는 인사도 적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앞선 6월 국민의힘이 조직위원장 48곳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을 당시 전주혜(서울 강동갑) 윤창현(대전 동구) 등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거 신청한 바 있다. 조직위원장은 통상 당협위원장을 맡기 전 직책으로, 당시 공모는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중단됐다.

특히 정진석 비대위는 필요 시 전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ㆍ교체되는 당협위원장의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상 당협위원장 교체는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다”며 “총선을 1년 6개월 이상 남겨둔 비대위가 주도하는 재정비의 폭이나 성격에 따라 ‘친윤 낙하산’ ‘비윤 학살’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 룰 확정을 두고서도 차기 당권주자 간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내에선 여론조사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심에서 지고도 민심에서 이기며 최종 승리했던 ‘이준석 대표’의 사례가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사실상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를 겨냥한 조항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권ㆍ대권 분리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철수 의원 등의 출마에 제약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 개정이 시도되면 격론이 오갈 수밖에 없다.

이동현 기자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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