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감산 소식에 반등한 국제유가가 1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도 상승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해 대응할 수 있지만, 세수 감소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다시 ‘급등’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37% 치솟은 배럴당 93.20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도 4.27% 뛴 배럴당 98.45달러로 장을 마감,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는 8월 30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한때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급등한 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가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2%에 달하는 대규모 감산이다. 미국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조치로 연말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해상으로 들어오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예고한 것도 국제유가 상승 불씨를 키우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EU가 올겨울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중단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배경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경우 각국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빠르게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은 휘발유의 경우 L당 전국 평균 1,666원(10일 기준)으로 한 달 전(1,740원·9월 11일)보다 약 4.3%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통상 2~3주 안팎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가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폭풍전야’다.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정부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유류세를 낮추자니 세수 감소가 우려되고, 그대로 놔두자니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앞서 8월 정부는 내후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 등에 대한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한도를 50%(기존 30%)로 늘렸다. 이를 적용해 현재 37%인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55%까지 확대할 경우 유류세 부담은 지금보다 L당 148원 줄어든다. 하지만 1년간 줄어드는 세수가 15조 원에 달한다는 점은 유류세 최대 폭 인하를 선뜻 결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37% 인하가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세수 감소폭은 8조9,000억 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다른 원자재 가격과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수 감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동향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