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共同富裕) 그 자체가 사회주의 현대화의 중요한 목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이달 16일 개막)를 앞두고 지난 8월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강조한 말이다. "함께 잘 살자"는 뜻의 '공동부유'는 시 주석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지난해부터 힘을 쏟은 경제 성장 캠페인이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중국몽 실현의 최종 단계로 설정하고 그 실현 시기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으로 잡았다. 공동부유는 중국몽 달성을 위한 필수 요건인 셈이다.
이에 공동부유가 20차 당대회의 최대 국정 키워드로 부각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동부유를 공산당의 숙명적 목표로 설정해 시 주석 장기 집권의 정치적 명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경제가 비틀거리며 공동부유 기조가 상처를 입은 것이 변수다.
공산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표의 한바오장 경제학부 주임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데 더욱 중점을 둘 것"이라며 "이번 당대회에서 공동부유 추진을 위한 명확하고 구체화된 전략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산당은 지난해 11월 채택한 제3차 역사 결의에서 공동부유를 5차례 언급, 미래 핵심 가치로 삼을 것을 분명히 했다.
공동부유는 중국 공산당의 숙원으로 마오쩌둥이 제창한 개념이다. 그러나 고도 산업화 캠페인인 대약진운동(1958~1960년) 등이 실패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누구든 먼저 부자가 되자"는 '선부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개혁·개방 30년을 거치며 중국 경제는 미국을 넘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고도 성장은 극심한 사회 양극화를 낳았고, 모두가 잘사는 것이 다시 중요한 가치가 됐다. 이에 시 주석은 공동부유로 다시 기수를 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빅테크·부동산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또한 투기 세력을 막아 부를 재분배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번 당대회에서는 수출형 경제 성장 체제를 내수 중심 자립 경제로 전환한다는 이른바 '쌍순환 전략'의 구체적 실현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 국유화와 국유기업 대형화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빈부 격차 해소와 중산층 확대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방안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될 예정이다.
문제는 재분배의 원천인 중국의 호주머니 자체가 비어가고 있는 점이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상하이 코로나19 봉쇄 충격으로 1분기 4.8%에서 2분기 0.4%로 주저 앉았다. 올해 성장 목표를 5.5% 안팎으로 잡았지만, 3% 달성도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청년(16~24세) 실업률은 올해 7월 사상 최대치인 19.9%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25.6%에 달했던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은 올해 같은 기간 0.7%로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침체는 시 주석이 밀어붙인 투기 자본 규제에서 비롯됐다. 공동부유 실현을 위한 조치가 되레 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공동부유를 놓고 완급 조절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황치판 푸단대 교수는 "새로운 정책으로 새로운 경제 공간을 열려면 개혁·개방과 실용주의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데릭 시저스 미국창업협회 선임연구원은 "경제를 희생해서라도 정치적 목표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게 시 주석의 생각"이라며 "경제 노선의 큰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