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7상8하' 깨고 '능상능하'로?... 집권 3기 인사 포인트[당대회 D-5]

입력
2022.10.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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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 개막]
상무위 새 얼굴에 '시자쥔' 대거 입성 전망

16일 개막하는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새 지도부가 탄생한다. 공산당 인사의 원칙이었던 '7상8하(七上八下·67세까지는 상무위원 가능, 68세 이상은 퇴임)'가 깨지고 '능상능하(능력에 따른 등용)' 원칙이 본격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 그룹)의 대거 권부 입성이 예상된다.

권부 핵심 그룹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재편 방향과 2인자 격인 차기 국무원 총리에 누가 오르느냐가 인사의 관전 포인트다. 현재 상무위 멤버는 시진핑(69)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67) 국무원 총리, 리잔수(72)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67)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왕후닝(67)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65) 중앙기율위 서기, 한정(68) 국무원 부총리 등이다. '7상8하'를 적용하면 리잔수 상무위원장과 한정 부총리는 은퇴해야 한다.

2인자에 '공청단 출신'이냐 '시진핑 사람'이냐

다만 이번 당대회 인사는 7상8하 관례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 주석 스스로 이미 7상8하를 깬 만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동력이 떨어졌기 대문이다. 공산당은 지난달 "유능하면 우대하고 부적격자는 퇴출한다"는 '능상능하' 원칙이 강화된 인사 원칙을 발표했다. 능력만 된다면 7상8하 관례를 거스르고 승진할 수 있고, 반대로 능력이 안 되면 나이 불문 퇴출대상이라는 뜻이다.

그간 베이징 외교가에선 후춘화(59) 부총리와 왕양 주석이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부총리 출신 중에 총리가 발탁되는 것이 관례였고, 현 부총리 4명 중 유일하게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 건 후 부총리이다. 왕 주석은 최근 중국 관영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총리 승진 신호로 해석됐다. 올해 8월 중앙재경위원회 회의 관련 보도에서 왕 주석은 시 주석과 리 총리 다음으로 호명됐다.

후 부총리와 왕 주석은 리커창 총리와 같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다. 태자당, 상하이방과 함께 중국의 3대 정파로 꼽히는 공청단은 태자당 출신의 시 주석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데 대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면 2인자 자리를 공청단에 양보하는 것이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7상8하 관례가 깨진다면 인사 판은 흔들린다.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차이나센터 소장은 "이번 당대회에서 7상8하 관례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며 시 주석 측근인 한정 부총리와 류허(70) 부총리가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에 주목했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고, 한 부총리는 상하이방 출신이지만 시 주석이 상하이시 당서기였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시 주석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리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서열을 낮춰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딩쉐샹·천민얼·황쿤밍 등 시자쥔 약진할 듯

시 주석 1인 체제를 뒷받침할 새 인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딩쉐샹(60)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62) 충칭시 서기, 황쿤밍(65) 중앙선전부 부장 등 시자쥔의 핵심 멤버들이 상무위원 그룹에 새로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 주석의 그림자로 불리는 딩 주임은 시 주석의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인 2007년 상하이시 당위원회 상무위원을 맡으며 시 주석의 눈에 들었다. 시 주석의 해외 방문에 가장 많이 동행하는 인물로 꼽히는 만큼 상무위원 승진이 유력시된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의 저장성 당서기 재임 때인 2002년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시진핑 1기 체제 출범 당시 구이저우성 당 부서기였던 그는 2015년 당서기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구이저우성 인민대표회의 상무위 주임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당의 선전 활동을 총괄하는 황 부장은 '시진핑 사상 전도사'로 불린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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