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돌·이가탄 효능 논란…식약처, 검증하고도 제약사 편들었다

입력
2022.10.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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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식품의약품평가원 이견에도
식약처, 제약사 측 의견 따라
'치료보조제'로서 효과 인정
박형수 "감사원 재감사 필요"

'인사돌(동국제약)'과 '이가탄(명인제약)'은 이나 잇몸이 불편할 때 많이 찾는 약이다. 당초 치주질환 '치료제'로 판매하다가 효능 논란 끝에 2016년 '보조치료제'로 격이 낮아졌다.

하지만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의 효능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제약사 측 의견을 편향적으로 수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보조치료제로서의 효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도 관련자 징계나 재감사 없이 식약처에 제도 개선만을 요구하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식약처와 감사원, 두 정부기관의 '봐주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분석한 2018년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는 2016년 치주질환 치료제였던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옥수수추출물) 단일제'와 '리소짐 복합제'의 효능을 재평가했다. 두 성분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치주질환 의약품 인사돌, 이가탄 등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2013년 언론의 문제제기로 이들 약품의 치료효과가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자 식약처가 실효성 검증에 나섰다. 그 결과 식약처는 옥수수추출물 단일제와 리소짐 복합제를 치주질환 치료제가 아닌 보조치료제로 효능·효과를 강등시켰다.

문제는 식약처가 이 과정에서 제약업체 측의 전문가 의견만 수용해 "해당 의약품이 치은염과 치주염의 보조치료제로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는 점이다. 이전처럼 치료제는 아니더라도 보조치료제로서는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전문가 의견은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있다'고 나타난 구간의 결과값만 추려 작성한 것이다. 반대로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임상시험 결과분석을 토대로 "두 성분이 치주질환 보조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제약사 측과 180도 다른 내용이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감사원은 "식약처가 재평가한 결과의 신뢰성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식약처는 재평가를 위한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약품 효과를 부정적으로 판단한 평가원의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도 딱 거기까지였다. 식약처의 재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식약처장에게 "의약품 재평가를 실시할 때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검토·평가 기준과 의료현장의 의견수렴 방법을 정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는 데 그쳤다. 식약처의 추가 조치가 없다 보니 해당 의약품은 이후에도 치주질환 보조치료제로 버젓이 팔렸다.

박형수 의원은 "문제의 약품들이 '치료보조제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전문기관의 의견은 무시된 채 인사돌, 이가탄 등은 지금까지도 '잇몸병의 특효약'으로 판매되고 있다"면서 "감사원의 재감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11일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당시 감사원의 부적절한 처분에 대해 지적할 예정이다. 그는 "평가원 의견을 고의로 누락한 식약처 담당자들은 징계처분이 마땅한데도 '제도 개선'을 통보하는 데 그쳤다"며 "감사원이 외압에 굴복해 '봐주기 감사'를 한 것은 아닌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 등 일부 사회적 의료단체들은 감사원 감사 이후 '인사돌'과 '이가탄' 등 치주질환 의약품들의 효과가 과장돼 판매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식약처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