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막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7일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이 출석한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이 문제다. 그는 김 이사장을 향해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에 가 있다가, 또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을 하고,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며 사는 뻐꾸기냐.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고 비난을 퍼부었다. 김 이사장은 정의당 의원 시절 탈핵에너지전환위원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지난 2월 재단 이사장이 됐다. ‘친원전’ 기조인 윤석열 정부와 어울리지 않는 인사임은 분명하다.
정권이 교체된 만큼 자진 사퇴를 바라는 권 의원의 심정은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눈엣가시 같은 인사라 해도 “혀 깨물고 죽지”라는 발언은 선을 넘었다. 명백한 모욕이자 인신공격이다. 피감기관장인 김 이사장이 “사과하라”고 반발했을 정도다. 논란이 되자 권 의원은 SNS에 “나였으면 혀 깨물고 죽었다라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누가 들어도 김 이사장을 겨냥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출장 중 비속어 사용과 어설픈 해명으로 논란이 벌어진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권 의원의 막말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노란봉투법'에 대해 “황건적 보호법”이라며 노조를 황건적에 비유하기도 했다. 연찬회 음주가무로 물의를 일으켜 발언 전날 당으로부터 ‘엄중주의’를 통보받았는데도 이런 발언이 나왔으니 상습적 막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품위와 상식이라는 보수정당의 덕목과도 동떨어져 있다.
품위 없는 막말은 권 의원뿐만이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버르장머리 없다”(4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고 고함치거나 서해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와 관련해 “뻘짓거리하다가 사고당해 죽었다”(6일 주철현 민주당 의원)는 발언도 나왔다. 정치인의 막말은 정치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정치인들의 바르고 고운말 쓰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