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 앞에 사람 물결이 밀려왔다. 2,000명가량이 모여 이준익 감독과 배우 신하균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이 함께 한 ‘오픈 토크’ 행사를 지켜봤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이 자리에서 이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 ‘욘더’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욘더’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제작했다.
올해 부산영화제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OTT다. 올해는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아닌 'BIOF(Busan International OTT Festival)'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부산영화제의 대표적인 공개 행사인 ‘오픈 토크’만 봐도 OTT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올해 편성된 ‘오픈 토크’ 11회 중 OTT 드라마·영화와 관련된 경우가 6회다. ‘욘더’를 포함해 넷플릭스 드라마 ‘썸바디’와 ‘글리치’,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커넥트’, 웨이브 드라마 ‘약한 영웅’이 오픈 토크 행사를 치렀다. 모두 1,000명 이상이 모이며 성황을 이뤘다.
부산영화제에서 국내외 OTT들이 선보이는 드라마는 8편(수입사 엣나인필름 배급 ‘킹덤2: 엑소더스’ 포함하면 9편), 영화는 4편이다. 공식 초청작 242편 중 4.9%가량에 해당한다. 영화제 전체 상영작 중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OTT 작품마다 화제성이 크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새 영화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화이트 노이즈’(이상 넷플릭스), 이언 맥그리거와 이선 호크가 연기 호흡을 맞춘 ‘레이먼드 & 레이’(애플TV플러스)는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살 만하다. 특히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협업한 국내 드라마들에 영화제 관객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내 영화계가 OTT 드라마로 제작 방향을 급격히 바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극장 밖의 OTT 간 홍보 경쟁도 뜨겁다. 넷플릭스는 영화제 중심 공간인 영화의전당 건너편 커피숍을 통째로 빌려 6~9일 ‘넷플릭스 사랑방’을 열었다. 영화인과 언론인을 비롯해 일반 관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신작들을 알렸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하루 제공 음료를 100잔 정도 예상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 500잔 정도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티빙은 넷플릭스 사랑방 오른편의 전시공간 뮤지엄원에 5일 부스를 열고 자사 드라마 ‘욘더’와 ‘몸값’을 홍보하고 있다. ‘몸값’ 속 소품을 활용한 사진 찍기 이벤트, ‘욘더’ 미디어아트 전시 등이 마련된 이곳에 8일까지 이준익 감독 등 2,000여 명이 다녀갔다.
웨이브는 영화의전당 앞에 부스를 차렸다. 사진 찍기와 기념품 당첨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와 ‘약한 영웅’을 알렸다. 웨이브 드라마 ‘트레이서’에 출연한 배우 임시완과 고아성이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8일까지 약 2,000명이 부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7일 밤 해운대에서 공식 파티를 각각 열어 영화인들을 맞기도 했다. 국내 OTT가 부산영화제에서 파티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