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 알아듣고 길 찾고·창문 닫아준다...차량 속 'AI 비서' 누가 더 똑똑한가

입력
2022.10.11 04:30
16면
AI 기술 발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듯 조작 가능
내비게이션·공조기·창문 조작 넘어 홈 IoT까지
현대차·카카오, 쌍용차·네이버 음성인식 AI '맞손'
볼보, SKT와  AI 시스템 개발…벤츠는 KT와 협업
해외에선 아마존, 구글, 바이두 등 IT 기업 주도


최신 자동차에는 비서가 한 명씩 타고 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입력하거나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고, 창문을 여닫는 것도 직접 할 필요가 없다. "광화문으로 안내해줘" "에어컨 23도로 맞춰줘" "창문 닫아줘"와 같이 말만 하면 실행된다. 그렇다고 조수석에 진짜 비서가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이 이 모든 걸 하고 있다. 과거 특정 명령어에만 반응하던 AI가 기술 발전을 거듭하면서 일상 대화 같은 자연어도 인식, 영화 '아이언맨' 속 '자비스'처럼 한 사람 몫을 해낸다. 자동차 업체들은 음성인식 AI 비서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커넥티드카'(스마트폰처럼 통신망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차량)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카카오, 쌍용차-네이버…국산차와 국산 AI 협업 활발


국산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빠르게 음성인식 AI를 도입한 업체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카카오'와 협업, 서버형 음성인식 '카카오i'를 제네시스 'G70'에 처음 적용했다. 현재는 30여 개 차종에 들어가 음성 인식을 통해 목적지 검색과 맛집, 관광지, 정비소 등 정보를 주고 있다. 현재 200만 명이 넘는 운전자가 현대차그룹의 음성 인식 AI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쓰고 있다.

카카오i의 서버형 음성 인식 작동은 ①운전자가 말한 음성 데이터 및 위치 데이터를 카카오 음성인식 서버로 전송②인식된 음성 정보를 카카오 지도 서버로 보냄③운전자 관심 지점 정보를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전송하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

최근에는 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량 문이나 트렁크를 열고 닫거나, 차량 관리 관련 정보를 물으면 AI가 대답한다. 또 차 안에서 음성으로 가정 내 가전 제품, 조명, 난방, 환기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카투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손잡고 집 안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쌍용자동차가 LG유플러스, 네이버와 함께 만든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도 눈길이 간다. 음성으로 △내비게이션 △전화·메시지 △정보검색 △음악·라디오 스트리밍 △스마트홈 제어 등을 할 수 있다.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를 바탕으로 음성 인식 기능은 자연어를 알아들어 대화하듯이 명령할 수 있다. 또 지식 검색과 파파고 영어 회화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 IoT 플랫폼에 연동 가능한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은 차 안에서 작동할 수 있다.



볼보 "아리아"·벤츠 "안녕 벤츠"…"말만 하면 되네"



수입차 업계도 경쟁적으로 음성인식 AI를 차에 태우고 있다. 수입차는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국내에서 개발하지 않다 보니 길을 못 찾거나, 한글 표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몇 수입차 업체들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IT 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볼보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볼보차는 SK텔레콤과 2년 동안 300억 원을 투자, 한국 시장에 가장 특화된 'SKT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과 단순 연결에 그쳤다면 이 서비스는 차량용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AAOS)'를 바탕으로 새로 만든 차세대 연결형 서비스다. 시스템은 SK텔레콤의 AI 플랫폼 '누구'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차량 안에서 언제든 "아리아"라고 부르면 △차량 온도, 열선·통풍 시트 등 차량 제어 △티맵 내비게이션 길 안내 △스마트폰 연락처로 전화, 문자 등 전송 △음악 추천, 재생 등 엔터테인먼트 △날씨, 뉴스, 각종 정보 탐색 △집 안 조명,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을 켜고 끌 수 있는 '누구 스마트홈 컨트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음성인식 AI에 열심이다. 지능형 AI 'MBUX 음성 어시스턴트'는 높은 수준의 자연어 이해 기술이 적용,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이나 차량 기능 제어뿐만 아니라 대화도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능하다. 2월에는 KT와 손을 잡고, 음성인식 AI가 더 다양하게 쓰일 수 있게 했다. 음성으로 "안녕 벤츠"를 부르면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음성 기반 시스템에 연결해 정보를 안전하고 알기 쉽게 제공한다.



아마존 '알렉사'·구글 '헤이 구글'·바이두 '샤오두'


해외에서도 음성인식 AI 개발을 위한 자동차 업체와 IT업체의 협업이 활발하다. 미국에선 폭스바겐, 포드, BMW, 현대차 등이 아마존 AI 기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넣었다. 알렉사는 1,000개 넘는 기능을 보유한 클라우드 기반 인공 지능 가상비서 서비스로, 아마존 IoT 기기 '에코(Echo)'를 비롯한 파이어 TV, 아마존 탭 등에서 구현된다. 운전자는 에코를 통해 집 안에서 자동차 잠금 장치와 공조 장치를 조절하고 시동을 켜고 끌 수 있다. 또 음악을 틀거나 아마존 닷컴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날씨 정보나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우버 택시를 부르고, 피자 주문도 가능하다.




유럽 시장은 구글이 장악한 모습이다. 구글은 차량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오토'를 넣은 스텔란티스, 볼보, 벤츠, 폭스바겐 등에 음성인식 AI '구글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 안에서 "헤이 구글"을 부르면 △내비게이션 △공조기 △스마트홈 IoT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에선 IT 기업 바이두가 음성인식 AI 시장을 이끌고 있다. 바이두는 중국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현대차, 아우디, 포드, 도요타 등에도 '샤오두'가 들어 있다. 이 밖에도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디즈니,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과도 손잡고 있다.

류종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