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은 일본식 상차림에 빠져선 안 될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정작 쌀 소비량은 빵이나 면 등 밀가루 음식에 밀려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선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쌀 치즈, 쌀 고기 등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신제품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쌀의 부산물을 활용하는 등 환경 영향까지 생각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6일 일본 야마가타대학은 세계 최초로 쌀을 원료로 한 대체육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대체육이란 식물성 단백질로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맛과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을 뜻한다. 가축 사육 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등 환경 영향을 고려해 서구를 중심으로 채식 인구가 늘면서 대체육 개발 경쟁이 활발하다.
야마가타대학 와타나베 마사노리 교수팀이 식품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대체육은 쌀겨에서 쌀기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원료로 사용한다. 와타나베 교수는 “백미만 생산하던 농업에서 백미는 물론 단백질까지 생산하는 농업으로 전환하면 수익성이 높으면서 지속 가능한 벼농사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후년쯤 벤처기업을 설립해 이번에 개발한 대체육의 상업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쌀 도매 대기업인 신메이는 지난봄부터 고베의 공장에서 쌀로 만든 대체 치즈를 본격 생산하고 있다. 찹쌀을 분쇄한 후 고온·고압의 물에 넣어 녹이고 올리브오일과 술지게미를 더해 진짜 치즈 같은 맛과 향을 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체 식품은 원래 동물성 식품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이 제품은 오히려 진짜 치즈에 비해 10~20% 저렴하다. 냉동 피자 등 냉동식품 제조사나 음식점 체인용으로 판매해 왔으며 채식주의자 등을 위한 소비자용 판매도 곧 시작할 계획이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카레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팡구푸드는 쌀을 사용한 크래프트 맥주를 개발했다. 30인분 밥을 했는데 손님이 20명만 올 경우 남은 밥을 버려야 하는데, 이를 ‘업사이클’해 수제 맥주를 제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사이클이란 버려지는 제품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소재 업사이클 푸드테크 업체의 일본 법인인 '크러스트 재팬'과 손잡고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이미 지은 밥을 맥아 대신 활용해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쌀의 끈기 때문에 양조 탱크가 막히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제품화에 성공했다. 캐스케이드라는 아로마 홉을 넣어 쓴맛은 덜하고 향기가 좋다는 평가다.
쌀 업계가 종전엔 생각지도 못한 신제품까지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쌀 소비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쌀 연간 소비량은 1962년 118㎏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20년도는 50㎏까지 떨어졌다. 반면 빵 소비는 점점 늘어, 2020년 기준 가정의 빵과 쌀 구입 금액은 각각 3만1,456엔과 2만3,920엔으로 빵이 크게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