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와 국가보훈부 격상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이 7일 국민의힘 115명 의원 전원이 서명해 발의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을 때부터 논란 많았던 여가부 폐지안이 국회로 넘어온 것이다. 오히려 여가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 정부조직개편안에 여성계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반발이 많은 만큼 국회에서 제대로 여론을 수렴하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
여가부 폐지안은 이미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여가부 폐지는) 여성과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를 더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여성 중심의 양성평등 정책으로 국민 공감을 사지 못했다. 여성부 폐지가 오히려 양성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날 115개 여성단체는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지난 20여 년간 애써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정치적 위기 때마다 여가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젠더 갈등을 심화시키는 건 정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 여성가족위 소속 의원들이 성명을 내고 “가족 청소년 성평등 업무의 위축이 뻔하다”고 비판하는 등 반대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여가부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성평등 가치를 중심에 놓고 법안 심사를 하기 바란다. 전담 부처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유념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보다 개선됐다고는 해도 임금격차, 경력단절, 가사노동 분담 등에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의 반(反) 여성적 행보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거 때처럼 편을 갈라 지지층을 동원할 기회로 여긴다면 피해는 약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국가 분열만 야기하고 세계적으로 망신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