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꾸준히 가을야구를 노크한 LG 상승세의 원천은 10개 구단 최강의 '뎁스'다.
올 시즌에도 LG 퓨처스팀은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6일 정규시즌이 종료된 가운데 북부리그 우승은 한화에 내줘 3연패엔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우승에 힘을 보탰던 문성주, 문보경 등을 1군 선수로 키우고도 2위(56승4무43패ㆍ0.566)로 선전하면서 진정한 선순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황현철 LG 운영 2팀장은 "신인급 선수들과 군 전역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1군에 올라간 선수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다"면서 "1군 준비를 시킬 선수와 장기적으로 육성할 선수를 파트별로 매뉴얼을 이원화해 투트랙으로 팀을 꾸려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LG 퓨처스팀도 1군처럼 마운드와 타격의 조화가 돋보였다. 특히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서도 최현준(0.300) 최민창(0.298) 엄태경(0.272) 등을 다시 육성해 팀 타율(0.278) 2위를 기록한 타선의 성장이 고무적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지표는 기동력이다. 1군도 12년 만의 팀 도루 1위를 내다보고 있지만 퓨처스팀은 '뛰는 야구'가 완전히 정착했다. 2020년과 2021년 2연 연속 팀 도루 1위에 오른 퓨처스팀은 올 시즌에도 141개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북부리그 공동 1위에 오른 신민재(34개)를 필두로 최민창(14개) 한석현(13개) 김주성 최현준(이상 11개)까지 5명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2010년대 기동력과 거리가 멀었던 LG 퓨처스팀은 박용근 작전코치를 영입한 2019년부터 확 바뀌었다. 1군과 퓨처스팀은 운용 방식이 다르다. 1군은 승패와 직결되는 주루에 신중해야 하는 반면 퓨처스팀은 적극적인 플레이를 독려해 선수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 먼저다. 현역 시절 허슬 플레이의 대명사였던 박 코치는 자신감 있는 베이스러닝을 유도했고, 누구든지 어느 상황에서도 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LG의 육성 선수들이 1군 기회를 잡았을 때 과거와 달리 주눅들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자리잡게 된 배경 중 하나다.
LG 퓨처스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코치는 친정팀 LG 작전코치 부임 이후 상황별 베이스러닝에 관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노트로 만들어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코칭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부를 많이 하는 코치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강한 피드백도 주고 때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 가교 역할도 한다"라고 전했다.
시스템화된 육성 전략, 발로 한 점 더 내는 야구, '나도 1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선수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1, 2군 동반 성장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