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중징계로 촉발된 여권 내홍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원이 6일 이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잇따라 제기한 '가처분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정진석 비대위를 중심으로 당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가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판단에 '사필귀정'이라며 환호했다. 정 비대위원장을 임명한 전국위원회 의결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정진석 비대위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린 지 3개월 만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법원 결정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며 "당내 혼란이 완전 치유, 해소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도 체제를 확립해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안정을 되찾게 돼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선 "정기국회가 끝나고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은 '벼랑 끝'에 몰렸다. 법원의 판결로 당무 복귀의 길이 막혀버린 탓이다. 법원 결정에 불복해 국민의힘과 본안 소송에서 맞붙을 수도 있지만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 전 대표에게 정치적 실익이 사실상 없다는 게 정치권 다수의 시각이다. 그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겨놓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때로는 허탈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덩어리진 권력에 맞서 왔다"며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표현을 사용해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의 추가 징계 심의를 앞두고 있다. 당 윤리위가 심의하기 전에 나온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헌·당규상 추가 징계시엔 기존 징계(당원권 정지)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차기 전당대회 출마의 길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
감정의 골이 파일 대로 파인 국민의힘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한 비대위원은 "이 전 대표와 앙금을 풀려는 노력을 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