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출범 21년 만에 독립부처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로 격하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여가부 기능은 유지되고, 보건복지부의 복지 정책 기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가부 개편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공룡 부처'가 되는 보건복지부가 성평등 문제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가부는 복지부의 아동복지 기능과 여가부의 청소년 정책 등이 통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학교 안팎 청소년 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복지부 산하의 상당한 권한을 가진 본부가 된다면 오늘 여가부가 발표한 내용보다 더 많은 내용이 담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여가부 기능 중 경력단절여성 지원 등 여성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고, △청소년 △가족 △여성 및 성평등 △권익(성폭력, 가정폭력 등 피해자 지원) 등 4대 기능은 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된다.
그러나 장관이 이끄는 조직과 본부장이 이끄는 조직이 정부 부처 내에서 갖는 위상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기존의 여가부도 예산과 권한이 작아 다른 부처와 협력하기 어려웠는데 본부로 격하시킨다면 힘을 더 빼는 것"이라고 했다.
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조직 전반에서 성평등이 지켜지는지 점검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성평등 정책은 전 부처에 대한 조정 업무이고, 그래서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졌던 것"이라며 "집행 기능 중심의 복지부에 집어넣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여성가족부가 정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기능을 복지부로 축소·이관해선 성평등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에선 여성가족부에서 여성끼리 모여 논의해도 된다는 '성게토화(Gender Ghetto)' 현상이 나타났다"며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성평등 문제를 대통령 의제로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족정책의 경우 그동안 복지부의 복지 정책과 분리되면서 정책 동력이 분산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면서 여가부 개편의 시너지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홍 교수도 "성평등 정책은 전 부처의 모든 정책을 테스트할 수 있는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가부 내부에서도 복지부 산하로 들어가면 정책들이 '곁가지 취급' 받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의 일은 다양성, 젠더에 대한 인식을 갖고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방대한 복지부로 갔을 때 이런 업무의 비중은 미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