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피해 새마을금고 직원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국감에 도움 청하러 왔다"

입력
2022.10.05 18:09

새마을금고의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이 드러나는 등 부조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국정감사장에 나와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직원은 최근 드러난 문제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새마을금고 직원 A씨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감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 요청으로 참고인 출석했다. 1992년 입사했다는 A씨는 "3년 전 이사가 나를 성희롱해 선배 여직원이 날 대변해 처벌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 측은 '가해자와 합의해 끝내지 않으면 처벌하고 내보내겠다'며 협박하고 강요했다. 결국 (성희롱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서약서 한 장으로 마무리했는데, 선배 여직원은 다른 누명을 써 면직됐다"고 말했다.

그는 울먹이며 "성희롱을 당한 것도 힘들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억울했지만 수십 년 다닌 직장을 잃을 수 없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못했다"면서 "성희롱이나 괴롭힘은 계속됐고, 4월에는 후배 책상을 촬영했다며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는데 복귀하니 지점장으로 일했던 지점에 창구 직원으로 부당전보 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국감장에선 A씨가 지점 이사장에게 들었던 폭언이 담긴 녹음 파일이 재생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문제를 새마을금고 중앙회 등에 알렸으나 소용없었다며 철저한 조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비정상적 행태가 드러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사례고 빙산의 일각"이라며 "지점에 따라 이사장을 잘못 만나면 노동자 보호가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덮고 넘어가길 종용하는 문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애정을 갖고 일하는 곳에서 인권을 보호받고 싶어 국감에 도움을 청하러 왔다. 후배들이 괴롭힘·성희롱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은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박 회장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TF팀을 꾸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직원, 이사장, 간부들 집체 교육을 통해 직장 내 갑질이나 성희롱이 재발하지 않도록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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