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전한 성장'을 추구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이 '사내 스타트업 출범'이라는 파격 카드를 꺼냈다.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잘 나가는 회사의 새로운 시도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엔솔은 배터리 비즈니스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사내 독립기업(CIC) 'KooRoo'(쿠루)와 '에이블'(에이블) 두 곳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5일 밝혔다. 회사가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두 회사는 조직 구성·구성원 선발·근무 시간·업무 공간 등 사실상 모든 사항을 스스로 결정한다. 회사 관계자는 "독립기업은 우리가 만든 배터리의 쓰임새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라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쿠루는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 관련 사업을 한다. BSS는 전기 이륜차용 배터리팩을 충전이 아닌 교환 방식으로 쓸 수 있게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다. 쿠루는 BSS 전용 배터리팩과 스테이션을 개발하고, 그렇게 모은 사용 데이터를 활용해 전기이륜차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에이블은 '에너지전력망 통합관리'(EA) 사업을 추진하는데, 먼저 제주를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전력망 통합관리에 나선다.
사내 스타트업 결정의 배경에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태어남)가 전체 구성원의 80%를 차지하면서 젊어진 조직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발전 방향을 찾아보자는 고민이 깔려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배터리셀 사업이 탄탄하지만 하던 것만 해서는 새로운 자극을 찾는 MZ세대에겐 호응을 얻기 힘들 수 있다고 봤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성과를 끌어올리는 MZ세대 특성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 조직의 구성원 대부분은 입사 10~15년 된 40대 초반이다. MZ의 '끝자락'이면서도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시기의 사람들이다.
회사 측은 이들이 새로운 도전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전폭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혹시 계획대로 일이 진행이 안 되더라도 언제든지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내심 우수 인재들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두 조직은 각각 리더를 뽑아서 '대표'로 부르기로 했다. 나머지 구성원들도 직책에 따라 호칭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당근도 넉넉히 준비했다. 기존 조직에서는 볼 수 없던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나중에 스핀오프(회사 분할)하면 지분 제공도 검토 중이다. 인센티브도 새 사업 추진 과정과 성과에 따라 기존보다 두 배로 지급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사내 독립 기업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 사고와 도전을 통해 미래 고객 가치를 높이길 바란다"며 "더 많은 혁신적 시도를 통해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