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땅 투기' LH, 권익위 제도개선 권고 중 절반 이상 '모르쇠'

입력
2022.10.05 16:00
권익위, 작년 개발공기업 대상 제도개선 권고
LH, 7개 권고사항 중 4개는 1년 넘게 '불이행'
허영 "개선의지 부족… 공공기관 혁신안 무색"

지난해 '임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이후 고강도 쇄신을 약속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를 절반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권고 시한이 1년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제도개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를 포함해 11개 국토위 산하기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권익위가 권고한 '개발공기업 임직원의 정보이용 투기행위 방지 방안'에 포함된 7개 제도개선 사항 중 3개 항목만 이행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7월 △기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취득 제한 규정 마련 △퇴직자에 의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 강화 △이해충돌 방지 등을 위한 종합적인 징계기준 마련 등 7개 항목의 제도개선을 같은 해(2021년) 10월까지 완료할 것을 권고했다.

LH는 이 중 △기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취득제한 규정 △비공개 정보에 대한 체계적 관리 규정 △이해충돌 방지 등을 위한 종합적인 징계기준 등 3가지에 대해서만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이행하지 않은 권고사항들에 대해서는 "제도 도입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 중", "국토교통부 공공기관 혁신방안을 감안해 이행방안을 확정할 예정" 등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특히 사적 이해관계자 제척 규정은 그간 '전관 특혜'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LH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LH는 2017~2020년 연평균 361건의 감정평가 용역을 발주했는데, 이 중 LH 출신 감정평가사가 수행한 것이 약 4분의 1에 달했다.

권익위가 제도개선을 권고한 국토위 소관 11개 기관 중 권고사항 이행을 완료한 기관은 새만금개발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등 세 곳에 불과했다. 권고사항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기관 다수는 노조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허 의원은 "권익위 권고가 LH 임직원 투기 사태 이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LH의 개선 의지 부족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LH 직원은 물론 가족의 부동산 거래까지 조사하겠다는 국토부의 공공기관 혁신방안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LH 측은 "비밀 및 준수의무자 규정 명시,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과제는 관련 규정을 마련했고, 권익위에 실적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남은 과제 2건도 이행을 위해 법률검토 등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