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자산 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현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보유 비(非)핵심 자산에 대한 ‘정비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국책 산업은행이 55.7%의 지분을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지분(49.3%)과 경영권을 2조 원에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이 최근 진행됐다. 또 지난 정부에서 대표적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한국전력도 굵직굵직한 부동산 자산을 매각 리스트에 올린 상태다.
▦ 공공기관 자산 매각은 무엇보다 경영 정상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공기업들로서는 묶여 있던 공적 투자자산을 현금화함으로써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대개 불황과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누적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일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된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성층권’에서 막대한 자산가격과 엄청난 인수자금이 오가는 공공자산 매각은 늘 특혜 소문과 헐값 매각 시비가 따라다니곤 했다.
▦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주기적으로 단행된 ‘부실기업정리’라든지 ‘공기업 민영화’는 곳곳에 그런 ‘흑역사’가 스며 있다. 부채탕감, 금융 특혜 등 막대한 이권이 인수자에게 부여되는 대신, 정치자금이 나도는 식이었다. 그런 비리의 유무와 별도로, 공공자산 인수는 기업 성장의 도약대이기도 했다. 박정희 정부 때 대우그룹이 부실기업 인수로 급성장했고, 공기업 민영화로 옛 대한공항공사 등을 인수한 한진그룹이 거대기업이 됐다. 흑역사는 김영삼 정부 때 한보그룹의 유원건설 인수 비리로까지 이어진다.
▦ 과거의 ‘흑역사’ 때문일까. 최근 대우조선 매각은 한화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후, 오는 17일까지 경쟁입찰을 통해 한화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잠재적 인수자를 구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이라 아직 매각이 끝난 게 아님에도 ‘헐값 시비’가 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도권 곳곳의 드넓은 발전소 부지 등이 매물로 나온 한전 부동산 매각도 벌써부터 ‘저가 매각’ 시비나 특정 대기업의 인수설이 나도는 모습이다. 흑역사의 되풀이를 원치 않는 여론의 반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