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심한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과 달리 아파트 청약시장엔 신규 분양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해제에 발맞춰 그간 분양을 미룬 단지들이 가을 성수기를 겨냥해 대거 청약에 나선 것인데, 금리 인상 여파로 미분양 우려도 상당하다.
5일 직방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이달 전국 74개 단지, 일반분양 4만7,534가구(조합 포함하면 총 5만9,911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1년 전(1만6,383가구)과 비교하면 190% 많은 물량이다. 또 다른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이달 전국에 풀리는 일반분양 물량은 6만,6777가구(100개 단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371가구)보다 4배 이상 많은 걸로 나타났다. 업체마다 집계한 수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예년과 다르게 건설사들이 이달 대대적인 가을 분양에 나서는 경향은 일치한다.
직방은 수요자 관심이 높은 서울·수도권에 2만252가구(2만7,282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고 봤다. 경기(1만4,722가구), 인천(3,020가구), 서울(2,510가구) 순이다. 특히 서울에선 마포구(마포더클래시·일반분양 53가구), 송파구(더샵송파루미스타·29가구), 성북구(장위4구역자이·1,353가구)처럼 도심에 분양물량이 나와 관심을 끈다. 경기에선 광주시 역동(더파크비스타데시앙·1,690가구), 광명시 철산동(철산자이더헤리티지·1,640가구), 평택시 고덕동(대광로제비앙모아엘가·1,255가구), 양주시 남방동(양주역푸르지오디에디션·1,172가구) 등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물량이 줄줄이 풀린다.
부동산인포는 최근 국토교통부의 규제 해제로 비규제 지역이 된 지방 도심 지역에서 전체의 62% 수준인 4만여 가구가 쏟아진다고 분석했다. 부산(5,194가구), 경남(5,071가구), 대구(4,011가구), 대전(3,161가구), 경북(2,848가구) 등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아파트 청약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비규제 지역이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대거 쌓이는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이 분양을 쏟아내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시장의 장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을 때 분양을 시작하는 게 건설사로서는 계약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규모 대출로 토지를 확보한 시행사 입장에선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라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분양을 기다리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당분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 대구, 경북, 인천 등 최근 미분양이 급격히 늘고 있는 지역에서 이달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나름 입지 등을 철저히 따져 분양에 나서긴 하지만 청약 미달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계약률이 중요한 만큼 6개월 안에 계약률 60%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