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신축 아파트서 또 '인분'... 이번엔 싱크대서

입력
2022.10.05 13:10
경기 성남 신축 아파트서 인분 발견
화성·부산에서도 '인분 아파트'
"건설현장 화장실 부족이 근본 원인"

입주를 앞둔 유명 신축 아파트 부엌에서 인분이 발견되는 황당한 일이 또 발생했다. 건설현장에 화장실이 충분하지 않아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의 유명 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는 지난달 29일 열쇠를 받기 위해 관리자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아파트 안으로 들어선 순간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천장과 옷장 등을 뒤지며 냄새의 진원지를 찾던 A씨는 싱크대 아래 하수관 옆에서 인분을 발견했다. A씨가 인분 발견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인분은 종이에 싸여 하수관 사이에 끼어 있었고 검은색으로 변해 굳은 상태였다. 관리소 직원이 와서 수거해 갔지만, 이미 싱크대 주변은 인분 냄새가 가득했다.

A씨는 아파트 완공 후인 지난 8월 6일 관리자를 따라 사전점검에 나섰을 때는 인분이 없었던 점을 거론하며, 그 이후 누군가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시공사는 A씨에게 사과하고 싱크대 하부장을 모두 교체해 주기로 했다. 또 입주를 앞둔 모든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입주자와 원만하게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싱크대 오염 신고가 있어 가 보니 인분이었다"며 "범인을 찾기 위해 인분의 성분을 검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시공사는 자사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새 아파트라 큰 기대를 했는데 인분 아파트가 내 이야기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인분 사건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7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의 드레스룸 벽면에서 악취가 나서 살펴본 결과 천장에서 인분이 담긴 비닐봉지 3개가 발견됐다. 이런 일은 같은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도 일어났다고 한다. 옆집도 역시 드레스룸 천장에서 인분이 담긴 비닐봉지 1개가 나왔다. 8월 부산에서도 유명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인분이 발견됐다.

그 이후 일부 건설 노동자들은 열악한 건설현장의 위생시설 상황을 원인으로 규정하며 "그런 일은 흔하다"고 털어놨다. 한 노동자는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건설 현장에 화장실이 많이 없고, 큰 일(대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대부분 현장사무실이 있는 1층에 위치해 있다"며 "고층에서 일하다 화장실을 가려면 1층까지 가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관리자들의 눈치도 보여 시간상 그냥 볼일을 작업 구간 주변에 해결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경우 인부들이 회수하거나 폐자재 청소 작업 때 처리하는데, 내부 마감 공사 과정에서 인분을 묻어 처리하는 일부 몰지각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7월 기자회견을 열어 "3,000명이 일하는 건설 현장에 화장실이 10개가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고작 30명도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화장실을 만들어놓고 건설노동자들이 더럽게, 그리고 아무 데나 용변을 본다고 비난한다"며 고용노동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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