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만평 수상작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엄중 경고 조치에 대해 웹툰협회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웹툰협회는 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대놓고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실소를 넘어 경악할 지경"이라며 "주무부처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 차원에서 국민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윤 대통령은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자유'을 12번 외치고 방송에서 '정치 풍자는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라는 발언도 했다"며 "문체부는 행정부 수반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시급히 거두고 해당 학생과 만화창작자들, 나아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조용익 경기 부천시장도 SNS를 통해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라며 "자유 주제 카툰 공모에 왜 풍자를 했냐고 물으면 청소년(고교생 작가)은 무엇이라고 답을 해야 합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세대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간섭해선 안 된다"며 "어디선가 상처 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문체부는 지난 7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라는 고교생 만평 수상작에 대해 전날 경고 조치했다.
해당 작품은 윤 대통령 얼굴을 한 열차를 김건희 여사가 운전하고, 객실에선 검사들이 칼을 들고 도열한 모습이 표현돼 있다. 이 작품은 다른 수상작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된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 동안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문체부는 보도자료에서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요구를 고취하려 하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정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이 수여된다"며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예고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