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 日 위협, 韓 반발 …'1타 3피' 노린 북한의 폭주

입력
2022.10.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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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 日 상공 넘겨… 한미일 밀착 대응
美 괌 기지 위협하고 韓 압박에도 반발
최종 목표 핵보유국… ICBM 등 폭주 가능성

북한이 4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한미일 3국을 동시에 겨눴다. 최근 무더기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대남용' 성격이 짙다면, 이번엔 미국령 괌을 사정권에 두는 IRBM을 일본 상공을 넘겨 쐈다. 군사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미일을 향한 복합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日 끼어들지마"...한미와 日 떼어놓기

미사일은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 타국의 영공을 위협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을 태평양으로 쏘면 일본 열도를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그간 자제한 것에 비춰 의도적인 도발이나 다름없다. 일본과 한미 양국 간에 어떻게든 틈을 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미일은 동해에서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2017년 4월 이후 5년 만의 훈련이다. 북한으로서는 한미일 3국의 공조가 달가울 리 없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일본 상공 위로 미사일을 쏜 건 같은 해 8월과 9월이었다. 한미일 대잠훈련과 북한 미사일 발사의 연결고리를 짐작할 만한 부분이다.

북한은 8월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일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훈련을 앞두고 북한 외무성은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 들면서 위험천만한 군사적 공동 대응방안들을 논의한다"고 비난하며 3국 군사협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美 '괌 기지 타격' 위협… 韓 국군의 날 맞대응

북한 미사일이 경유지인 일본을 지나 최종적으로 노린 목표는 미국이다. 4,500㎞를 날아간 사거리는 평양에서 괌까지의 거리(3,400㎞)를 훌쩍 넘는다. 앤더슨 공군기지가 있는 괌에는 전략폭격기인 B-1B, B-2, B-52 등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들이 배치돼 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운 첨단 전력들이다. 북한이 괌을 정조준하고 실제 신뢰도 높은 타격능력을 갖춘다면 미국의 대북억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2017년 두 차례 일본 상공을 넘겨 IRBM을 발사하기 전에도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전례가 있다.

북한의 분풀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미사일이 지난주 동해 연합훈련에 참가했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의 뒤통수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레이건함은 현재 일본 혼슈 북동부 인근 해역에 있는데, 북한 미사일 궤적이 이 상공 근처를 지나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시에 한국이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맞대응하려는 북한의 노림수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을 향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과 우리 군의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를 거듭 촉구했다. 특히 군 당국은 기념식 영상에서 '괴물'로 불리는 고탄두 현무 미사일 발사장면을 공개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휘부의 지하 은신처를 파괴할 수 있는 무기다.

목표는 핵보유국… SLBM, ICBM 폭주 가능성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핵탄두를 투발하는 수단이 바로 미사일이다.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핵을 탑재할 선택지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사용 문턱을 지속적으로 낮춰 한미일에 가하는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북한은 7차 핵실험 시점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10월 16일~11월 8일에 맞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눈엣가시인 한미일 3국을 제압하려 폭주하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핵무력 정책' 법제화 후속 조치와 체제 결속 차원에서 국제정세 판단 아래 ICBM 시험 발사나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