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내린 이례적 폭우 이유는? 내일 강원 첫눈 가능성

입력
2022.10.04 17:29
따뜻한 수증기 풍부한 환경 조성
북서풍 불면서 아침 기온 5~10도 '뚝'
5일 강원 산지엔 첫눈 가능성도

개천절 연휴 기간 중부지방엔 가을비답지 않은 이례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요란했던 비구름이 찬공기에 밀려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당분간 전국에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다. 다만 아침 최저기온은 10~18도까지 내려가 쌀쌀해질 전망이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3일부터 이틀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10월 하루 최다 강수량 기록을 경신한 지역이 속출했다. 3일 하루 동안 경기 파주시에 118.4㎜, 강원 철원군에는 109.5㎜의 비가 내렸는데, 이 지역 역대 10월 일 강수량 최고치다. 강원 춘천시(102.9㎜), 인천 강화군(100.2㎜) 등에도 하루 만에 100㎜ 넘는 비가 내리면서 10월 일 강수량 기록이 경신됐다.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 북부권이 가장 많았다. 서울 강북구에는 3일 0시부터 4일 오후 2시까지 157.5㎜의 비가 쏟아졌고, 노원구(152㎜), 성북구(149.5㎜)에도 많은 비가 집중됐다. 같은 기간 경기 남양주시(156㎜), 양평군 용문산(144㎜), 파주시 진동(129㎜) 등의 누적 강수량도 많았다. 다만 단시간 폭우가 쏟아진 8월 초와 달리 이틀 동안 비가 꾸준히 내리면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통상 가을비는 강수량이 많지 않고 강우 지속 시간도 길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강수량이 많아졌다. 지난주 베트남과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향한 뒤 소멸된 제16호 태풍 '노루'가 남긴 뜨거운 수증기가 중국 남부에서 비구름을 형성했고, 저기압을 타고 우리나라로 이동해 들어오며 비가 시작됐다.

동시에 채 물러나지 않고 남쪽에 버티고 있던 아열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한 남풍이 우리나라로 몰려 들어왔다. 10월로서는 이례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따뜻한 수증기가 가득한 상태였던 셈이다. 여기에 북쪽에서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와 충돌했고, 중부지방부터 강한 호우가 집중됐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비구름을 남쪽으로 몰아내면서, 비가 그친 곳은 전날에 비해 상당히 쌀쌀해졌다. 5일부터는 아침 기온이 5~10도가량 떨어져 일부 지역은 10도 내외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낮 기온도 평년보다 3~4도가량 낮은 14~22도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의 해발고도 1,500m 이상 높은 산지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져 첫눈이 내릴 가능성도 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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