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정서와 실리적 측면에서 가장 양가적(兩價的)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인권적이고 팽창주의 성향이 노골화하는 중국에 대한 정서적 반감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이미 경험한 경제보복 등을 감안해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감하는 비율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4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세계 주요 19개국 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중국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일본(87%), 호주(86%), 스웨덴(83%), 미국(82%) 등의 순으로 높았는데 우리나라의 해당 비율은 80%로 19개국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 국민 5명 중 4명 이상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 국민 가운데 중국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비율은 19%였는데, 이는 2002년 66%(비호감 31%)와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퓨리서치는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세계 여론이 2019~2020년 급격히 악화됐다"며 "이는 해당 기간 중국에서 첫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중국 정부의 대처, 미국과의 무역전쟁, 공격적 외교정책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해 비호감을 갖게 된 이유로는 '인권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의 인권 정책' '중국의 군비 증강' '중국과의 경제 경쟁' '중국의 내정간섭' 등의 선택지 가운데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 11개국에서는 '중국의 인권 정책'이 1위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국은 '국내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개입'(54%)이 1위였는데 이는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매년 높아지는 비호감에도 불구, 우리 국민 중 절반 이상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인권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 경제적 유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동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해당 질문에 대해 스웨덴(87%), 영국(83%) 등 유럽과 캐나다(76%), 미국(68%) 등 북미 국가에서는 경제보다는 인권을 중시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경제 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국가는 5개국에 불과했는데, 한국(6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 다음으로는 싱가포르(60%) 이스라엘(57%), 말레이시아(55%)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