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퇴장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박 장관의 국감장 퇴장을 요구했고, 이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회의가 파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국감장에 출석한 박 장관에 대한 퇴장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민주당은 국민 의사를 받아들여 국회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거부했다"며 "의회주의를 존중하고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박 장관의 회의장 퇴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이번 외교 대참사는 나라를 망신시키고 국격을 추락시켰고, 국민을 치욕스럽게 만들었다"며 "박 장관은 스스로 4선 출신의 의회주의자라고 했다. 국회에서 가결한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대로 앉아서 국정감사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스스로 사퇴하는 게 맞고, 이번 국감장에서 퇴장을 해주는 게 예의"라고 가세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장관이 외교 정책과 순방 내용을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태영호 의원은 "여야가 이미 합의한 국정감사 계획을 뒤집고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의 퇴장을 요구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맞게 행동해야 할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며 "만약 야당 주장대로 외교참사가 있었다면 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장관에게 질의하고 답변을 들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도 "정당한 국회법에 따라 출석해 있는 장관을 퇴장하라고 명령할 권한이 없다. 민주당 의원들께서 외교부 장관을 상대하지 못하면 차관에게 질의를 하면 될 것"이라며 "다수의석을 점령했다고 나가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의원들은 이후에도 박 장관의 국감 출석와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윤재옥 외통위원장은 "이 상태로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 여야 간사와 협의하겠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한 뒤에도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박 장관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윤석열 정권 5개월간 수많은 외교참사가 발생했으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반복되는 사태를 개선하고 있지 않다"며 "윤석열 정권은 최소한 정상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빈손외교, 굴욕외교, 막말외교에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정권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더 이상의 외교참사를 막기 위해선 책임자를 문책하고 전반적인 외교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박 장관은 국회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임으로써 헌법 정신과 의회주의를 존중하고 외교 대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