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배우' 누명 벗은 이상보 "무혐의 한줄 통보에 허탈"

입력
2022.10.04 11:30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됐다 무혐의가 입증돼 풀려난 배우 이상보씨는 "저한테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어한 기자는 단 한 분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긴급 체포해 데려간 병원에서 강제로 실시한 각종 검사비용 120만 원도 본인이 전액 결제한 사실을 밝히며 씁쓸해했다.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씨는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한 기자가 있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그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 이후 추측성 기사를 시작으로, 폐쇄회로(CC)TV 화면, 실명 등이 공개되는 언론 보도가 연이어 쏟아졌지만, 약 3주 만인 지난달 30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집이 어딘지 전화번호가 뭔지 직업군이 확실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불구속으로 조사, 수사한 게 아니라 그냥 유치장에 넣어버리고 48시간이 넘은 후에 겨우 나왔다"며 "유치장에 있을 때 처음에 A씨라고 보도가 나갔고, 그다음에 '40대 배우 이상보가 마약을 했다', 마지막에는 '이상보가 마약한 혐의를 인정했다'까지 삽시간에 기사가 나오는 걸 보고 혼란스럽더라"고 억울해했다.

이씨는 "막상 국과수 (음성) 결과가 나왔어도 너무 많은 추측성 보도나 팩트 체크가 안 된 많은 기사와 방송이 나가 피부로 와 닿거나 달라진 건 없다"며 "마음대로 쓸고 자르고 다 해놓고 '무혐의 처분 났다. 사건을 종결하겠다' 문자 통보받을 때 그 허무함과 허탈함은 너무 잔인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 경찰에 긴급체포될 때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부모님과 누나도 세상을 떠나 혼자 명절을 보내야 하는 쓸쓸함에 우울증 치료를 위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맥주 한 캔 반을 마셨다고 했다.

이씨는 "편의점에서 요기 할 것들을 사고, 추가로 부족한 걸 샀는데 그때 어지러움을 느꼈다"며 "두 번째 편의점에서 돌아오는데 집 앞에 형사분들과 지구대에서 오신 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땀을 흘리고 휘청거리는 제 모습을 본 경찰이 대뜸 '이상보씨죠?'라며 마약 얘기를 해 저는 '마약을 한 적도 없다'고 했지만 간이 키트기로 검사한 뒤 '양성'이 뜨자 긴급 체포해야 될 상황이라며 바로 저한테 수갑을 채우고 제 의사와 상관없이 집을 수색했다"며 "발견된 건 제가 평상시에 복용하는 신경안정제였다"고 했다. 이어 "제가 신경정신과약이라고 얘기하고 양성 반응 역시 그 때문이라고 했지만, 저를 근교 종합병원으로 데려갔다"고 덧붙였다.

"병원 검사 음성인데 실명 보도... 검사비 120만 원도 내가 지불"

그는 "종합병원에서 오랜 시간 소변 검사, 피검사, MRI, CT 촬영, 내시경 검사까지 다 하고, 당시 주치의 선생님이 '네거티브'라고 음성 소견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그다음부터는 제가 얘기를 못 들었다"고 했다. 또 "주민 신고가 들어왔고, (양성 반응이 나온) 키트로 인해 저를 긴급 체포한 상황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종합병원) 검사 결과를 형사들은 분명 다 알았을 것이고 집이 어딘지, 전화번호, 직업이 확실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유치장에 아예 넣어버렸다"고 분개했다.

또 "검사받고 나서 수납해야 할 때는 (형사들이) 다 등 돌리고 있었다"며 "그때 비용이 120만 원가량 나왔는데, 당연히 국가기관에서 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 결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형사들이) 너그럽게 얘기하셨다"며 "(형사) 본인도 돈이 없다니까 (제가 냈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 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져 서울의 집을 떠나 교외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쨌든 제 불찰로 인해 일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저 스스로 많이 반성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한 감정이 많이 솟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