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하는 '중국의 인구 감소'가 세 번째 집권을 앞둔 시진핑 국가주석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이 가임기 남녀의 임신과 출산 의지를 꺾으면서 급속한 저출생·고령화가 시 주석의 경제 성장 구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이 강행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도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시 주석이 이달 16일 개막하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선언하는 것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전례 없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동안 세계 인구 1위였던 중국은 인구 축소라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올해 7월 열린 중국인구협회 총회에서 "중국 총인구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며 "2021년부터 2025년 사이에 마이너스 인구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진핑 3기 체제 임기(2022~2026년)와 거의 일치한다.
유엔도 중국이 인도에 인구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까지는 중국 인구(14억2,600만 명)가 인도(14억1,200만 명)보다 많지만,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과 호주 빅토리아대는 공동 연구를 통해 중국 인구가 올해부터 줄기 시작해 2100년 무렵에는 5억8,7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많은 인구'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중국 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인구학자인 왕펑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지방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입은 급감하는 반면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과 각종 방역 비용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점쳤다. 또 "지방 정부의 재정난이 시 주석의 정책적 선택지를 줄일 것"이라고 했다. 고령화 사회를 지탱하느라 경제 반등을 유도할 수 있는 과감한 예산 집행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중국 인구 권위자인 이푸셴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수석연구원은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실업률 증가를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국 청년들이 결혼·출산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출산율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무자비한 봉쇄로 경제 활동과 의료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결혼 건수는 2013년 2,380만 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엔 1,220만 건으로 급감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도 2020년 1.3명에서 지난해 1.15명으로 줄었다. 이푸셴 연구원은 "인구 감소 문제는 수년 내 중국의 국가 안보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가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