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중국의 첨단산업과 기술을 겨냥한 새 제재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세계적 통신장비기업 화웨이를 제재했던 방식으로 중국의 반도체·컴퓨터산업 ‘굴기’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행사를 축제로 치르겠다는 중국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여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미국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 차단을 위해 새로운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이번 주 새로운 중국 제재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AI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차단할 것이라는 보도도 했다.
NYT에 따르면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제재하기 위해 적용했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기반으로 바이든 행정부도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FDPR을 적용하면 미국의 기술, 기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든 제품은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 생산했더라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금지된다.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통제 방식인 셈이다. 이번 제재 조치가 적용될 경우 중국의 기업, 정부연구소, 학술기관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산 반도체가 중국의 슈퍼컴퓨터(고성능 컴퓨팅·HPC)나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해 판매되는 것도 제한될 전망이다. 이 경우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이나 연구소가 영향을 받게 된다. 또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중국의 생명공학, AI, 미사일 분야 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중국의 슈퍼컴퓨터가 도로교통 분석, 사회관계망 관리, 날씨 예측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중국 위구르족 감시 시스템이나 모의 핵실험, 최신무기 설계에도 쓰이기 때문에 미국이 강한 제재 조치를 밀어붙인다는 설명도 나왔다.
전략기업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폴 트리올로 중국 담당 수석부사장은 “(이번 조치가) 아마도 중국의 미국 기술 접근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규제 및 수출통제 방안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들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 한국·일본·대만을 모은 ‘칩4’ 반도체 실무회의 개최, ‘반도체와 과학법’ 통과 등으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또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 AI 기술 개발에 활용되는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출허가제를 지난달 26일부터 실시해 중국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