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우리 아이만 수련회 가지 말라"고, 발달장애 부모는 운다

입력
2022.10.05 09:00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일반학교서 장애아들 앞장서 배제
'통합교육' 취지 무색하게 차별 당해 
"배려인 듯 배제 상황 정말 많이 겪어"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7개 광역지자체별로 발달장애인 인프라를 설문조사했습니다. 복지관, 의료기관 등의 엄청난 대기기간, 막대한 치료비용, 특수학교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비극 등 그 열악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전국 1,071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이 응해준 그 결과, 4회에 걸쳐 총 12개 기사와 인터랙티브로 찾아갑니다.


장애아동들이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편견 없이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주는 게 '통합교육'의 중요한 목표이다.

그러나 한국일보 설문조사에서는 일반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상처받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무엇보다 학교 당국이 배제에 앞장서기도 했다.

경남 김해의 발달장애 청소년 구승재(17·가명)군의 어머니 김모(49)씨는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을 기자에게 들려주었다. "2박 3일 수련회를 앞두고 도움반(특수학급) 선생님이 전화를 해서 저희 아들이 안 갔으면 하는 투로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교감 선생님이 빼라는 식으로 얘기했나 봐요. 제가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청소년 수련관에 가서 청소년들한테 가르치는 게 뭐겠어요.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공간인데, 장애인이라고 해서 못 데리고 가게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웃긴 거잖아요' 하고요. 결국 아빠 동행하에 추가로 돈을 더 내고 따라갔어요."

김씨는 "배려인 듯 배제하는 상황을 정말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승재군이 초등학생일 때는, 스케이트장에 가는 수업이 있었는데 담임 교사가 반대했다. "뭘 굳이 그 애를 거기 보내고 고생을 시키냐"는 게 교사의 입장. 김씨는 "너무 답답한 얘기"라며 "친구들과 함께 경전철을 이용하고 새로운 낯선 장소에 가는 경험은 아이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수 하나 하는 것도 수천 번 교육해야 할 만큼, 많은 기회를 줘야 하는데 교사가 장애아동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응답자는 "(아이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데) 교육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치료사와의 소통도 학교 안 인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사회 규범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학교에서 이를 위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상급학교로 갈수록 부모는 특수학교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다시 특수학교를 찾아 헤매는 결말로 돌아간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부모는 "아이를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보냈지만 친구들의 놀림에 아이가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무리해서 직장도 그만두고 특수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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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1>골든타임을 놓치다

<2>인프라 찾아 떠돈다

<3>밑빠진 독에 돈붓기

<4>인력공급, 양과 질 놓치다

최은서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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