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 전용 키즈카페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놀기도 하고, 교구도 쓰고… 비장애 아이들과 부딪힐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곳이요."(세종)
"비장애인이 가는 모든 곳을 장애인도 같이 이용하면, 제가 사는 가까운 곳에서도 갈 곳이 많을 텐데... 똑같은 인간인데, 왜 구별하는 걸까요.ㅠㅠ"(울산)
한국일보 설문조사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와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카페, 여가·체육시설이 생기길 간절하게 바랐다. 동시에 장애인은 왜 항상 주변부로만 밀려나야 하는지, 마음 편히 갈 곳이 없는지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365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지옥'이 열린다.
우리 사회에는 '무장애(Barrier-Free) 통합' 시설과 공간도,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무장애 통합’ 공간은 휠체어 접근성 등을 고려한 물리적인 설계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고 어울리는 환경을 지향한다.
울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 박서준(17)군과 사는 전은정(53)씨는 "아이와 함께 식당 가서 밥 먹는 일도 사실 힘들다. 자전거만 타러 나가도 주변 시선이 다 꽂힌다"고 했다. 전씨는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교육청에 '폐교 부지'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쓸모를 다한 교실, 운동장을 개조해 남들 눈치 안 보고 캠프파이어 같은 활동을 할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저희가 소수라 그런가 만만치 않다"고 그는 말했다.
경남에서 발달장애의 일종인 취약X증후군(fragile X syndrome)을 가진 구승재(17·가명)군을 돌보는 어머니 김모(49)씨는 아들과 클래식 공연에 가는 게 소원이다. "아이가 TV로 클래식 음악 듣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집중력이 짧다 보니 공연 중에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낼 수 있어, 엄두도 못 낸다"며 "(장애친화적 문화 공연은) 서울이 아니면 기회도 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인천의 한 응답자는 말했다. "주변에 발달장애 아이들 보면 성인이 되면 전부 다 배가 이렇게 나와요. (갈 데가 없어서) 매일 집에서 먹고 자고만 하니까. (내년에 아들이 성인인데) 아침에 등교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 11월부터는 집게라도 들고 다니면서 동네 쓰레기라도 줍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안 그래도 지금 동네에서 저와 아이는 눈에 띄는 사람인데, 저 큰 아이를 데리고 청소를 한다면 얼마나 더 시선을 모을까, 싶습니다. 너무 고민이 많아요."
아이가 고3이라는 한 부모는 "내년에는 갈 곳이 없어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생활이 365일이겠네요"라며 "힘든 삶인 것 같습니다. 외로운 길인 것 같습니다"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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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2>인프라 찾아 떠돈다
<3>밑빠진 독에 돈붓기
<4>인력공급, 양과 질 놓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