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공 넘어 4,500㎞ 비행···北, '화성-12형' 꺼내 괌 겨눴나

입력
2022.10.04 09:09
북한, 열흘 새 다섯 번째 미사일 도발 감행
美 전략자산 모인 괌 타격 가능한 IRBM 발사
2017년 9월 이후 5년여 만에 日 상공 통과하기도


북한이 4일 동쪽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4,500여㎞로 추정되며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 북한은 지난 1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꺼내든 데 이어 이번에는 IRBM을 발사해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7시 23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I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IRBM을 발사한 것은 올해 1월 30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IRBM은 4,500여㎞를 비행했으며 최대 고도는 970여㎞, 속도는 마하 17로 탐지됐다.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합참은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여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 행위는 한미동맹의 억제 및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시키게 하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면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IRBM은 지난 1월에 발사한 것과 같은 화성-12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북한 IRBM은 정상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돼 비행거리 약 800㎞, 고도 약 2,000㎞로 탐지됐고 정점에 이르기 직전 최고 속도가 마하 16 정도로 나왔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한 점에 미루어 볼 때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성-12형이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된다면 최대 3,500∼4,500㎞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태평양 괌을 북한이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거리로 일본 NHK방송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4,000㎞ 이상 비행해 일본 열도 동쪽 3,000여㎞ 해역에 낙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지난 2017년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북부 홋카이도 등에서는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피란 지시가 내려졌다.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사일 사거리를 늘린 것은 반발과 긴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일본을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로 한미일, 한일 안보 밀착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에 들어오는 미국 전략 자산의 상당수가 괌에 있다는 점에서 미 해군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부산 입항에 대해 수차례 SRBM 발사로 대응한 것의 연장선에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불만 및 위협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날 도발은 최근 열흘 새 5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북한은 이틀에 1번씩 미사일을 발사한 셈이다.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1발,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29일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2발, 지난 1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씩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