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산책길이었습니다. 지난달 18일, 반려견 ‘쫑이’(10∙몰티즈)의 반려인 A씨는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한강공원에서 쫑이와 걷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곳을 피해서 한산한 곳을 여유롭게 걸었습니다.
누구도 그 다음 장면은 상상할 수는 없었습니다. 평소처럼 가로수에서 냄새를 맡고 마킹을 하던 쫑이가 갑자기 풀썩 주저앉은 겁니다. 깜짝 놀란 A씨는 쫑이를 안아서 진정시킨 뒤 다시 쫑이를 걷게 하려 했지만, 이내 쫑이는 다리를 접은 채 웅크렸습니다. 심상찮은 일이라고 판단한 그는 즉시 쫑이를 안고 한강공원을 벗어나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독성물질이 확인된 뒤에야 A씨는 쫑이가 뱀에 물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쫑이가 뱀에 물린 부위는 왼쪽 앞다리와 오른쪽 뒷다리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는 새까맣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긴급 공수된 해독제를 투여했음에도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상처가 난 부위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절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입원 치료를 5일간 진행한 끝에 쫑이는 위기를 넘겼습니다. 해독제 투여와 혈장치료를 시도한 게 효과를 본 겁니다. A씨는 “쫑이의 상처 부위에 딱지가 앉고 새 살이 돋고 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문제는 A씨가 이 사실을 한강공원을 관리하는 한강사업본부에 알린 뒤에 생겼습니다. A씨는 “뱀에 물린 사고가 발생한 만큼 안내 문구를 붙여서 주변 사람들도 알게 해달라”고 한강사업본부에 전했습니다. 그러나 연락한 담당자는 ‘여기에 어디 뱀이 있느냐’며 A씨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고 합니다. A씨는 이에 대해 “반려동물이 뱀에 물렸다고 하니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뱀 출몰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붙은 건 A씨가 서울시 담당자와 통화를 한 뒤였습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의 무성의한 대답에 실망한 A씨가 서울시 자연생태과에 직접 항의한 뒤에야 관련 조치가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뱀이 출몰했다는 신고를 받은 만큼 다른 시민들의 주의를 위해 안내 문구를 붙였다”면서도 초기 민원 대응이 무성의했는 A씨의 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한강공원은 녹지가 많은 만큼 얼마든지 뱀이 출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한강공원에서 뱀을 봤다며 글을 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계기관은 뱀이 나타난 곳에는 주의 문구를 붙여 최대한 사고를 피하도록 유도하고, 통행하는 시민 역시 주위를 잘 살피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뱀 출몰 현황 파악이 됐는지를 묻는 동그람이의 질문에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쫑이처럼 갑작스럽게 뱀에게 물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봉희 하스펫탈 동물병원 원장은 동그람이에 “우선 뱀에 물린 부위에서 조금 떨어진 부위를 압박해 독이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붕대나 끈 등으로 상처 주변을 묶어서 독이 퍼지지 않도록 한 다음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처치를 받아야 한다”며 빠른 응급처치를 강조했습니다. 만일 반려인이 못 본 사이에 반려견이 뱀에 물렸다면 마비와 경련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원장은 “갑자기 잘 움직이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다는 건 마비와 경련이 왔다는 의미이니 상처 부위를 찾은 뒤 응급조치를 시행해 병원으로 옮기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난달 30일, A씨는 동그람이에 새로운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에서 푸들 품종 반려견이 뱀에게 물린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SNS를 통해 A씨의 사연을 접한 푸들 반려인 B씨가 자신의 사고를 전하며 조언을 구하기 위해 연락한 겁니다. A씨는 “B씨의 반려견은 상태가 위중하다고 하는 것 같다”며 뱀 물림 사고가 자신만의 일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독사에게 물릴 경우 치료비도 상당한 편입니다. A씨는 “쫑이의 치료비로 1,000만원 가량의 청구서를 받았다”고 자신의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더군다나 뱀이 노리는 건 반려동물 뿐 아니라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을을 맞아 한강공원 녹지에는 돗자리나 텐트를 쳐 야외활동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었습니다. 시민과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해 관계당국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