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중국서 발 빼나...5년 만에 번역 앱 서비스 중단

입력
2022.10.03 18:30
SCMP "중국 인터넷시장서 철수 의미"
중국 만리방화벽에 글로벌 서비스 제약

구글이 출시 5년 만에 중국에서 번역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바이두 등 중국 검색 사이트에서 '구글 번역 앱'을 검색하면,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뜨고 있다. 또한 구글 웹사이트에서 중국어 번역 앱을 검색하면 홍콩의 웹사이트를 북마크하도록 안내되고 있지만, 이 앱 역시 중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1일부터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은 중국의 과도한 검열 정책 탓에 2010년 1월 중국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중국도 구글 검색은 물론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등 구글이 운영하는 플랫폼 접속을 모두 차단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구글은 지난 2017년 3월 중국 내 번역 앱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 복귀의 군불을 피웠다. 2018년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에 5억5,000만 달러(약 7,900억 원)를 투자하고,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웨이신)에서 인기를 끈 미니게임도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5년 만에 번역 앱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히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구글의 이 같은 조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인 중국에서 사실상 철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감시망을 운용하고 있다. 자국인들에게 검열된 정보만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구글은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서방 매체들도 접속할 수 없다.

한국의 대표적 온라인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주요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접속도 막혀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 측은 이 같은 조치와 관련, "중국 내 사용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측면도 이번 조치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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