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애 때문에 아파트값 안 올라" 이웃의 비수

입력
2022.10.04 10:00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한국일보 설문조사 답변 살펴보니
발달장애 가족에 끔찍한 차별 발언
장애아 엄마에 "내 세금 뜯어가는 ×"
그래도 "세상 바뀌길 기대" 목소리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7개 광역지자체별로 발달장애인 인프라를 설문조사했습니다. 복지관, 의료기관 등의 엄청난 대기기간, 막대한 치료비용, 특수학교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비극 등 그 열악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전국 1,071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이 응해준 그 결과, 4회에 걸쳐 총 12개 기사와 인터렉티브로 찾아갑니다.


경기 지역 발달장애아 부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아래층 주민에게서 툭하면 이런 말을 듣는다. "저런 애 때문에 아파트값이 안 올라간다" "저런 애를 키우면서...." 그 주민은 이 발달장애인 가족이 지나가면, 들으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이 발달장애인 가족 설문조사에서 접한 차별의 발언은 끔찍한 수준이었다.

강원 원주의 발달장애아 부모 최예현(가명)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저 엄마가 바보니까 ××자식 낳았겠지’ 하고, 놀이터에서도 자동 왕따예요. 저희 둘째가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니까 ‘너 저기 ×× ×× 집안이랑 놀 거야? 이리로 와’ 이러면서 놀지도 못하게 애를 확 데려가더라고요. 바깥 세상은 냉정해요. 저는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장애인 너무 싫다’고 ‘국민 혈세 받아가고 내 세금 뜯어가는 ×’이라고”

충남의 한 응답자는 "치료로 호전돼 일반인과 구분이 힘들지만, 말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이상하다는 걸 인지하는 아이"라며 "자폐라서 일반적 궁금증을 물어본 것뿐인데, 상황을 보지 못하고 분위기를 읽을 줄 모르니 꾸지람과 '버릇없다, 대든다, 예의 없다, 못됐다' 등 상처가 될 말들, 오해로 인해 더 아이의 마음이 곪아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런 분들에게 문자나 말로 설명드리지만 시일이 지나면 다시 도돌이표가 되더라"고 했다.

전남의 응답자도 "조금 불편한 내색과 주변의 시선들이 보호자와 본인에게 와닿을 때 사회와의 거리를 더 느끼게 된다"며 "소극적으로 되고 죄인이 된 기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남의 다른 응답자는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 보고 욕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이해한다"며 "저분들이 왜 저래야 하는지, 모두 한 번 겪어 봤으면 한다, 세상이 바뀌길 기대해 본다"고 했다.

경기의 응답자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또래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기는데 그 부분이 해소가 되지 않으니 다른 2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발달장애 친구들과 비장애 친구들이 서로 놀이하고 또래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 또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에서처럼 천재 발달장애인이 아닌(뿐만 아닌) 다수의 발달장애인이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경기의 다른 응답자는 "가장 시급한 게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다"며 "언론 등을 통해 범국민적 교육을 시행해야 편견과 님비 현상을 줄일 수 있고, 그다음에서야, 눈초리 속에서 동네 놀이터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발달장애 시설도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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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1>골든타임을 놓치다

<2>인프라 찾아 떠돈다

<3>밑빠진 독에 돈붓기

<4>인력공급, 양과 질 놓치다

전혼잎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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