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119로 전화해 두통을 호소한 민원인 A씨는 출동한 구급대원이 인적 사항을 묻자 “이 XX야, 네가 의사냐? 돈을 얼마나 받느냐”며 다짜고짜 대원의 머리를 내려치고 멱살을 잡아당겼다. 소방기본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는 올해 2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시민에게 폭행당해 다치는 119 구급대원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구급 활동을 하다가 부상하는 경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대원을 때리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등 처벌까지 약해 폭행 방지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구급대원 폭행 건수는 △2019년 203건 △2020년 196건 △2021년 248건 △2022년 1~6월 153건으로 완만한 증가 추세다.
구급대원 폭행 주범은 술을 먹고 폭력을 행사하는 주취자였다. 올해(1~6월) 통계만 봐도 구조대원 폭행 건수 중 가해자가 주취자인 사례가 133건으로 86.9%나 됐다. 반면 출동ㆍ현장 활동ㆍ이송 과정에서 다치는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115건으로 폭행보다 적었다.
주취 폭력은 대부분 벌금형이 고작이었다. 2020년 기준 구급대원 폭행에 따른 벌금형은 86건에 달했으며 선고유예도 2건이 있었다. 혐의 없음, 증거불충분 등 ‘기타’ 처리된 사례도 60건이었다. 징역형은 7건뿐이었다. 지난해 주취 등 심신장애 상태에서 소방관을 폭행했을 때 형을 감경받을 수 있었던 소방기본법 조항이 삭제됐지만 올 들어서도 징역형은 1건에 그치는 등 처벌은 여전히 약했다.
구급대원 폭행 상황을 즉시 알리는 경고방송이나 신고 장치가 구비된 구급차도 전체(1,601대)의 53.7%(859대)에 불과했다. 소방청은 2018년 4월 전북 익산시에서 구급 활동 중 취객이 휘두른 주먹에 머리를 맞아 한 달 만에 숨진 고(故) 강연희 소방경 사건을 계기로 2020년부터 신고 장비를 구급차에 도입했다. 하지만 구급차 출동 건수가 가장 많은 서울조차도 163대 중 62대(37.4%)만 장비를 갖췄다.
임 의원은 “관행적인 솜방망이 처벌이 소방기본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