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소장을 억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운영권을 빼앗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원전 안전이 또다시 위태로워졌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원전 운영사인 우크라이나 국영기업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닌 대표는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이호르 무라쇼우 자포리자 원전 소장이 전날 오후 4시 즈음 원전에서 인근 도시 에네르호다르 마을로 가는 길에 러시아 순찰대에 붙잡혔다”고 밝혔다.
코틴 대표는 “러시아 순찰대가 무라쇼우 소장의 차를 세우고 눈을 가린 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며 무라쇼우 소장의 안위 여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라쇼우 소장은 원전 안전에 대한 독자적 책임을 지고 있다”며 “그를 억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원전 관리자와 직원에 대한 테러 행위 중단과 무라쇼우 소장 석방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무라쇼우 소장 억류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확인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IAEA “러시아 당국에 해명을 요구한 결과 자포리자 원전 소장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억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불법 구금”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 범죄는 러시아의 또 다른 국가 테러 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무라쇼우 소장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가 무라쇼우 소장을 억류해 자포리자 원전 운영권을 강탈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코틴 대표는 “러시아는 원전 운영권을 자국 원전기업 로사톰에 이양하도록 무라쇼우 소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직원에게도 로사톰에서 일하겠다는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올해 3월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한 뒤 핵을 볼모 삼아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점령 이후에도 원전 운영은 전문성을 갖춘 우크라이나인 직원들이 계속 맡아 왔으나, 러시아가 교대근무 등을 허용하지 않아 안전 우려가 컸다.
8월 이후로는 원전 인근에서 포격전이 격화하면서 원전이 직접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됐고, 결국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달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IAEA도 지난달 초 현장 사찰을 벌인 데 이어 현장에 상주 직원을 파견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에는 우크라이나인 직원 7,000명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