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최단신' 니시오카, 생애 두 번째 우승 트로피 한국서 들어올려

입력
2022.10.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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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두 번째 투어 우승이고, 한국에서 거둔 두 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기쁘다.”

‘투어 최단신’ 니시오카 요시히토(세계 56위·일본)가 생애 두 번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 트로피를 한국에서 들어올렸다.

니시오카는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총상금 123만7,570 달러) 단식 결승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24위·캐나다)를 세트스코어 2-0(6-4 7-6<7-5>)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4년 프로로 전향한 니시오카는 2018년 중국 선전오픈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또 한국에서 두 번째 우승을 경험하는 인연도 이어갔다. 니시오카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니시오카는 키 170㎝로 투어에서 뛰는 선수 중 키가 가장 작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키가 큰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는 부지런함과 강철 체력, 점프하며 체중을 실어 때리는 강력하고 정확한 샷으로 살아남았다.

아시아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그는 이번 대회 1회전에서 대니얼 에번스(25위·영국)를, 8강에선 올해 US오픈 준우승자이자 세계 2위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를 물리친 데 이어 한때 랭킹 10위권 선수였던 샤포발로프까지 돌려세웠다.

니시오카는 올해 7월 포르투갈 포르투 대회에서 준결승 진출, 8월 미국 워싱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승까지 이루며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니시오카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41위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니시오카는 1세트 게임스코어 5-4에서 샤포발로프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점수를 획득,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선 초반 샤포발로프의 포핸드에 밀리던 니시오카는 백핸드를 공략하며 게임스코어 3-3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니시오카는 좌우 깊숙한 곳에 포핸드 샷을 떨어뜨려 샤포발로프를 힘들게 했다. 이어 샤포발로프의 마지막 샷이 라인을 넘어가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두 팔을 하늘로 뻗어 기쁨을 만끽했다.

니시오카는 전통 자기로 된 우승 트로피와 2억원 상당의 금 공예품 부상을 들고 활짝 웃었다.

경기 후 니시오카는 “일본 선수 중에서 ATP 투어 단식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5명뿐이다. 그 중 니시코리 게이에 이어 2번 이상 우승한 선수가 됐다”며 “놀라운 일이다”라고 기뻐했다.

2018년 첫 우승 이후 주춤하다가 최근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새로운 코치 영입 이후 멘털을 다잡을 수 있던 것이 컸다”며 “지고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분위기를 바꾸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니시오카는 자신처럼 단신인 어린 선수들에게 “나도 키가 작았던 니시코리 게이 선수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강한 선수들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포인트 하나하나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앞서 열린 남자복식 결승전에선 톱시드 나다니엘 라몬스(미국·복식 55위)-레이븐 클라센(남아공·복식 71위)조가 2번 시드 니콜라스 바리엔토스(콜롬비아·복식 67위)-미겔 앙헬 레예스 바렐라(멕시코·복식 76위)조를 2-0(6-1 7-5)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26년 만에 열린 ATP 투어 대회인 코리아오픈은 대회 내내 관중석을 가득 채우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결승전에는 1만명이 들어설 수 있는 센터 코드에 9,931명이 입장하는 등 대회 기간 총 5만2,000여명이 찾았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부터 보름 동안 높아진 테니스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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