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평균 금리 4.76%.... 9년 7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22.09.30 16:00
10면
금리 4%대 9년 6개월 만에 50% 넘어서
금리 인상 기대로 고정금리 7%P 늘고
수신금리 제자리에 예대금리차 벌어져

가계대출 금리가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시중은행도 '금리 4%'가 대세가 됐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23%포인트 상승한 연 4.76%로 나타났다. 2013년 1월(4.8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와 은행채 5년물 등 지표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19%포인트 높은 4.35%, 전세자금대출 등 보증대출은 0.43%포인트 오른 4.45%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씨티은행 대환대출이 줄면서 한 달 만에 0.33%포인트 뛴 6.24%로 상승 전환했다.

4%대 금리를 적용받은 차주는 55.4%로 2013년 2월(55.6%) 이후 9년 6개월 만에 처음 절반을 넘었다. 2020년 8월 89%까지 치솟았던 3% 미만 금리 비중은 지난달 4%에 불과했다. 대신 5%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이 2013년 1월(21.3%) 이후 가장 높은 21%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 6개월 만에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반면 지난달 예·적금 등 저축성수신금리는 2.98%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가계대출은 상승폭을 유지한 반면, 수신금리는 직전 상승폭(0.52%포인트)과 차이가 컸다. "지난달 말(25일) 기준금리가 인상돼 그 효과가 시중은행 수신상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예대금리차는 0.26%포인트 뛴 1.54%포인트로 6개월 만에 확대 전환됐다.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2015년 4월(18.3%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7%포인트) 늘어난 24.5%였다. 박창현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8월 중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변동금리)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았고, 금리 상승 기대에 고정금리 수요가 늘어났다"고 풀이했다.

최근 금리인상 가계부채 억제에 효과

이날 한은 금융안정국은 '가계대출 금리민감도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완화에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2012년 이후 대출금리와 가계대출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금리인상기일수록, 금융 불균형이 높을수록 금리 변화에 대한 차주들의 민감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불균형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처럼 과도한 부채로 자산을 매입하려는 행위 등을 뜻한다.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출 수요가 늘어나 금융 불균형이 확대됐다"며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증가세 및 금융 불균형 위험을 완화하는 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정리했다.

다만 "취약계층은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늘어나며, 이들의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