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이 다음 달 1일부터 가구(서울시 4인 가족 기준)당 5,400원씩 오른다. 물가 상승 압박에도 불구하고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도시가스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2.7원(서울시 소매요금 기준)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을 통해 확정된 정산단가 인상분(MJ당 0.4원)에 기준연료비를 2.3원 추가로 올린 수치다.
이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현행 MJ당 16.99원에서 2.7원 인상된 19.69원으로,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6.60원에서 2.72원 오른 19.32원으로 조정된다. 인상률은 주택용 15.9%, 일반용(영업용1) 16.4% 또는 17.4%(영업용2)다. 영업용1은 음식점업, 구내식당, 이·미용업, 숙박업, 수영장 등이고, 영업용2는 목욕탕, 폐기물처리장, 쓰레기소각장 등으로 구분된다. 가구당 평균 가스 요금(서울시 4인 가구 기준·2,000MJ)이 월 3만3,980원에서 3만9,380원으로 5,400원 오르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7월에도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MJ당 1.11원(서울시 소매요금 기준)을 올려 적용해왔다. 당시 인상률은 주택용 7.0%, 일반용 7.2% 또는 7.7%(영업용2)였다.
정부가 이렇게 잇달아 가스 요금을 올린 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한국가스공사의 재정 상태를 감안한 것이다.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지역 가스 공급에 차질을 빚는 등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다가, 최근 환율 급등 여파로 수입 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 요금은 소폭 인상에 그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에 해당하는 미수금(실제 LNG 수입단가에서 판매단가를 뺀 수치)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 2분기까지 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1,000억 원에 달하고, 올해 누적 미수금은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수금이 지나치게 누적될 경우, 동절기 천연가스 도입대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가스 요금 인상을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엔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 최소한만 인상한 만큼, 내년부터는 가격 인상 요인을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한편, 역대 최대 수준인 미수금을 정산단가에 반영해 점진적으로 줄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스 요금 수요를 관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