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조금만 늦어도 대형재난, 피해 주민들의 격려가 힘이됐죠!

입력
2022.09.30 16:02
[소상한 토크 #8] 오조 설윤호 대표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최근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전국 곳곳에 피해가 속출했다. 막대한 재산 피해와 사망, 실종 등 인명피해까지 수차례 발생하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재난관리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재난방지 정책을 도입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폭우처럼 전례없는 기상이변은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홍수, 폭염, 산불 등으로 인한 재난 상황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재난 상황은 그 피해규모가 큰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광지역 재난 분석서비스 파이록스를 운영 중인 소상공인 기업 오조는 재난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목표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드론 등 첨단기술들을 종합해 산불을 감지하고 조기 진압해 대규모 재난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솔루션으로 오조의 설윤호 대표는 향후 산불뿐 아니라 다양한 재해 상황에 적용되는 솔루션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학생시절부터 창업에 관심. 드론 기술로 국가에 이바지하고 싶어 창업

-파이록스, 정확히 어떤 솔루션인가

드론 AI 기술로 재난을 방재하는 솔루션입니다. 산불 같은 재난은 아무래도 모니터링해야할 지역 범위가 넓잖아요. 그래서 드론을 띄워서 광지역을 실시간으로 관제하는거죠. 모니터링만하는게 아니라 화재가 감지되면 조기진압이 가능하도록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인력을 얼만큼 배치해야하는지 등을 알려 재난 발생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라틴어로 불이 파이로라고 하거든요. 거기에 없앤다는 의미로 엑스를 붙여서 파이록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럼 산불만 다루는 건가

솔루션에 불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긴하지만 향후에는 재난 전반을 다룰 예정입니다. 지금은 산불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산불이 가장 큰 피해를 남기는 재난이기 때문입니다. 피해가 큰 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400조원 가량의 화재 피해가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호주 산불 피해가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100조원의 피해를 남기기도 했죠. 국내는 상대적으로 적긴하지만 약 2,000억원 정도의 피해규모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산불 관련 사업을 떠올리게 됐는지

사실 로봇에 관심이 많아서 로봇관련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로봇 중에서 가장 산업화된 것이 드론이라 드론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산불을 떠올리게 됐어요. 당시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옥계 지역에 직접 방문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뉴스 보도보다 훨씬 더 피해가 심각하더라구요. 혹시 강원도 고성, 속초 산불 기억하시나요? 그에 반해 같은 시기 강원도 남부에 위치한 옥계에서도 산불이 났었는데 비교적 주목을 못받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현장은 고성, 속초 못지않게 굉장히 참담했습니다.

-예전부터 창업에 관심있었나

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교육이나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중국 4차산업 탐방으로 선전에 방문했을 때, 드론 기술이나 전기자동차 산업이 발전된 것을 보면서 창업에 대한 의지를 처음으로 굳혔어요. 중국의 기술력에 놀랐죠. 그때 나도 창업을 해서 국가에 이바지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후에는 청년 예비창업자 신분으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연수에 참여할 기회도 얻었다. 그때 창업과 관련된 각종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죠.

-해외에서는 드론을 도입한 재난 방지 사례가 있나

많이 없어요. 인공위성이나 지상카메라를 쓰는 경우가 가장 흔하죠. 문제는 재난관제가 확실히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는 건데요. 인공위성은 3일 마다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어떤 상황이 발생될 지 모르는 거죠. 아주 비싼 시스템의 경우 3시간에 한번씩 업데이트되는 것도 있긴하지만 그 마저도 실시간으로 관제가 된다고 보기가 어렵죠. 지상카메라는 사각지대가 많고 광지역을 모두 관제하기가 어려워 실제 상황을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요.

-왜 드론을 활용한 재난 솔루션은 없는지

데이터 싸움이 커요. 재난 데이터와 드론 영상 데이터를 모두 확보해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거든요.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감시하려면 항공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재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걸 갖춘 곳이 없어요.

-그렇다면 오조는 어떻게 데이터를 확보했나

처음에는 리서치를 통해 영상을 얻었는데요. 이후에는 직접 수집을 많이 했습니다. 촬영을 위해서 미국 뉴욕, 캘리포니아까지 갔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관련 기관에서도 협조해줘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구요.

-여러 기술력이 요구될 것 같은데

자체적으로 개발 인력이 있었기에 원천기술 구현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도 2년 반 정도 고생했죠. 처음에는 하나하나 라벨링을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소요됐어요. 예를들면 영상에 나오는 사람을 저와 개발자가 하나하나 표기를 해서 기계가 이를 인식하고 배우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머신러닝을 거쳐서 지금은 어느정도 자동화가 됐어요.


조금만 늦어도 대형화재. 재난 막는 눈이 되고파

-소방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할 것 같다. 보통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는지

2020년도 운이 좋게 산림청 홍보기관인 임업관리청의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직접 다 발로 뛰어다니면서 알아봐야할 정보들을 임업관리청에서 담당자를 매칭해주고 알아봐주셨거든요. 그렇다고해서 발로 아예 안뛰어다닌 것은 아니고 현장에 계신 분들께 콜드콜해서 직접 인터뷰하고 심층설문도 진행하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서비스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보니 좋았던 점도 있는데요. 일하시는 분들, 피해 시민분들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셔서 더 힘을 내 개발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산불사고를 직접 목격한 주민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옥계에서 천남리 마을 회장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옥계산 바로 밑에 사시는 분이셨는데 밤에 불이 나니까 앨범이랑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아내 분과 함께 뛰쳐나왔다고 하시더라구요. 마을 주민 분들 중에 다행히도 다친 분들은 없었는데 집 자체가 전소된 분들이 많았어요. 참담해하시던 얼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실 하룻밤 만에 전재산을 날린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데 피해는 주민이 온전히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자연재해는 소송도 길어지고 피해 보상도 많이 안되는게 현실이에요. 무엇보다 이러한 현실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난 상황은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산불을 예방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등산길에 경고문구만 지켜도 산불을 예방할 수 있어요. 담배꽁초 버리지 말고, 요즘 캠핑도 많이가는데 취사 제한된 곳에서는 취사하지 않기 이런 것들요. 산불 피해의 85%가 사람에 의해 발생합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재난을 키웁니다. 그리고 봄, 가을 산불 조심기간에 입산을 하지않는 것도 지켜야합니다.

-이번 홍수로 인해 재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파이록스가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람이 고립되어있다거나 전기누선 피해가 대부분인데요. 파이록스의 관제 기능을 통해 고립된 사람을 빨리 파악할 수 있어요. 몇 명이 고립되었는지, 고립된 곳은 어딘지 정확히 파악해 수색대원들을 투입시키고 더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구축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전기누선 쪽도 더 위험 지역에 먼저 수색대원을 투입해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죠.

-이번 홍수로 인해서 좀 더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시는지

서울에서 크게 재해가 터지니까 사람들이 많이 체감을 하는 것 같긴하지만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외곽지역은 관심을 못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피해 복구도 비교적 느리고 실종자 찾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려요. 서울 강남은 지상카메라, CCTV가 많으니 같은 사고가 일어나도 빠르게 대처가 되는데 외곽지역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죠. 그래서 드론을 활용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재난이 일어나면 소방관이나 공무원들이 잘 해결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렇게 대형 재난이 터져버리면 방법이 없어요.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나 차량, 장비 등 인프라는 제한적인데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대응을 못하거든요. 이번에 신림 반지하 침수로 참변을 당한 일가족 사건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더 긴급한 현장에 먼저 인력이 배치가 되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재난 대응전략이 필요한 겁니다.

-현재 수요가 있는 공급처가 있는지

판매는 아직이지만 구매 의향을 비친 기관들이 있습니다. 이미 실무자들이 사용 중이던, 기존 구비된 드론들에 맞춰서 솔루션을 세팅해드린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느끼시더라구요. 그리고 맵 상에 정보를 바로 표기해주다보니 직관적이라는 점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순찰대원 분들의 반응이 좋아요. 순찰을 나갔다가 길을 잃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리고 순찰대원 분들이 순찰만 하는게 아니라 조기진압도 해야하는데 사실상 순찰대원분들에 의해서 산불이 발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지엽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파이록스 솔루션을 도입하면 조기 진화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기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1분이라도 빨리 발견하는게 중요한 산불 대응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솔루션이죠.

-앞으로의 목표

재난 현장에 발은 있는데, 눈이 없다는 말을 항상 하고 다닙니다. 저희 오조는 재난 현장의 눈이 되어서 저희 회사의 비전이기도 한 “재난으로부터 자유”를 이루고 싶습니다.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