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약식 회담 이후 1주일 만에 이뤄진 고위급 회담에서 한일 양국은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한 민감 현안 관련 해법 모색에 대한 의지도 확인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기시다 총리를 만나 "지난 5월 출범한 대한민국 신정부는 한일관계를 조속히 개선·발전시키는 것이 공통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 원칙을 공유하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전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장에 참석했던 한 총리는 이날 기시다 총리와 25분간 면담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가 조의를 표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회담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일 양국 간 현안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상황, 안정적 공급망 확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게 많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며 "그런 것에 대해 생각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의 약식 회담 이후 "'한국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 마련을 위한 구체적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한 총리는 "두 정상이 만난 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위해 만난 게 아니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한 기본적인 의지, 자세, 양국 간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적 인식을 교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국 외교부 장관한테 문제 해결책을 찾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현재로서는 어떤 안을 놓고 밀고 당기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를 두고 한일 간 입장 차가 큰 데다, 각자 처한 국내 정치 환경에 비춰 당장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일단 소통 물꼬를 튼 데 의의가 있다는 의미다.
한 총리와 기시다 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일본 무비자 입국 재개 이후 한일 양국 간 인적 교류 활성화와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한일 및 한미일 협력 추진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비자 면제 조치 적용을 비롯한 선제 조치의 완화가 양국 간 사람의 왕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공유했고, 대북 대응에서의 추가적 연계를 포함해 한일, 한미일 협력 추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일치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기시다 총리 면담에 이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 등 일본 주요 정계 인사들과 만나 한일관계 개선 노력과 2030 부산 세계박람회를 유치를 위한 관심을 요청했다.
한편 한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추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박 장관이 해임 건의를 받아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박 장관이 뭐 때문에 해임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는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과학적 지식에 기초를 둔 설득을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