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끝내 이강인(마요르카)을 외면했다. 세계 4대 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라리가에서 도움 1위(3도움)를 기록중인 이강인을 9월 A매치 2연전(코스타리카·카메룬) 내내 벤치에만 앉혀두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이강인”을 연호하며 감독의 선수 기용에 불만을 표했다. 정예멤버로 치른 월드컵 최종 모의고사에서 1승 1무의 호성적을 거두고도 벤투 감독이 팬들의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은 카메룬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을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기 중 흐름에 따라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 분석했고, 그것(다른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옵션이라고 판단했다. 기술적, 전술적 이유였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발언 속에 답이 들어 있다고 해석했다. 한 축구해설위원은 “경기 중 흐름”이라는 언급에 주목했다. 그는 “벤투 감독은 (유럽파가 포함된 사실상의) 출정식에서 1승이 간절했는데, 직전 경기인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수비 불안을 여실히 드러내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며 “(카메룬전에서)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수비 가담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이강인을 투입시키는 모험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표팀 2선에 가용 자원이 많다는 것도 이강인의 입지가 좁아진 이유로 분석된다. 손흥민 황희찬 정우영 이재성 나상호 등 벤투호에는 이미 검증을 마친 윙포워드와 미드필더들이 즐비하다. 벤투호 중원의 핵심인 황인범과의 공존도 쉽지 않다. 패스가 강점인 두 선수의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1년 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엔트리에 백승호와 나상호 등을 복귀시키면서도 이강인은 부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같은 포지션에 다른 미드필더들이 있다. 두 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도 있다”고 답했다.
현재로선 이강인의 카타르행은 불투명한 가운데 확실한 조커로 이강인만한 자원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해설위원은 “팀이 지고 있을 때 창의적인 패스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선수는 현재 대표팀 내에서 이강인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리드를 가져가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올릴 텐데, 이때 상대편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해줄 자원으로도 이강인이 가장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기용하지도 않을 선수를 굳이 대표팀에 선발한 것을 두고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 식’ 차출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이강인을) 이번에 선발한 것 자체가 벤투 감독의 의지였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자신이 구축한 틀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라 판단하고 있다면 애당초 대표팀에 뽑지 않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