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수용 의무 없는데... 민주, '박진 해임건의안' 발의한 이유는

입력
2022.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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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169명 전원 명의로 해임건의안 발의
與 "다수당의 횡포... 정부 발목잡기" 맹비판
해임 건의안 가결 사례 6건 중 5명 자진사퇴
구속력 없지만 尹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박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의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잡기"라고 반발하고 있는 데다 건의안이 가결되더라도 대통령이 수용할 의무가 없는 만큼 실제 장관 해임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강제성 없는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한 것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하면서 국정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朴 해임건의안 만장일치로 채택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박 장관 해임 건의안 발의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에서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 순방 도중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참배 취소 △대일 졸속·굴욕 외교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만남 후 벌어진 비속어 논란 등에도 박 장관의 책임이 크다고 적시했다.


국민의힘 반발·대통령의 해임 의무 없어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이 발의되면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는 국회법을 근거로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해임 건의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63조에 따르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표결시엔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반발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의중이 변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다수당의 힘 자랑이고 횡포이며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를 넘어선 협박"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의사 일정이 협의되지 않으면 의안으로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의장에게 협조 요청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박 장관 해임 건의안 발의 사실을 보고하면서 본회의 상정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에게 협의를 요청했다.


박진 "소임 다할 것"... 역대 해임 가결 사례는?

해임 건의안이 가결되더라도 대통령은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압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수진(비례)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그 후폭풍에 대해선 우리도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해임 건의안이 가결된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진사퇴한 전례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역대 국회에서 장관 해임 건의안이 가결된 경우는 총 6건인데, 이 중 5명의 장관이 스스로 물러났다. 임철호 농림부(1955년), 권오병 문교부(1969년), 오치성 내무부(1971년), 임동원 통일부(2001년), 김두관 행자부(2003년) 장관 등이다. 반면 2016년 김재수 농림부 장관은 해임 건의안 가결에도 사퇴하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 의결을 수용하지 않았다.

박 장관도 장관직 수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제 외교안보 환경이 너무나도 엄중한 상황에서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다수의 힘에 의존해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다"며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