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0대 때부터 아주 가끔씩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오던 20대 초반 대학생이에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따돌림을 당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 증상은 그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 입학 전까지 시도한 적은 없었지만 드물게 극단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해왔어요. 그러던 중 대학 입학 후 가족과의 갈등, 진로 고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일상생활이 많이 무너지고 증상이 악화됐어요. 결국 지금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서 심리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안 좋은 생각을 하진 않지만 조금 길을 잃은 느낌이에요. 사회적 단절, 망상, 환청 등 남들이 겪지 못한 일들을 겪으면서 동시에 제 인생을 살아나가야 하잖아요. 대인 관계, 학업 문제 등. 그게 저에게는 너무 버거워요. 100세 시대에 80년의 세월이 남아 있는데, 저는 괜찮을까요? 남들처럼 학교도 잘 마치고, 회사도 다니고, 연애도 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요? 이영아(가명·22세·대학생)
A. 콘텐츠를 추천하기에 앞서 우선 영아님의 사연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렸습니다. 저 또한 남들이 겪지 않는 무기력 등을 겪으면서 동시에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 생활을 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우리의 삶은 달라졌지만, 삶이 끝난 건 결코 아닙니다. 정신질환의 비상식적인 사고들과 상식선의 사고들은 공존하죠. 여전히 파괴적인 생각을 했지만 주어진 과제를 해낼 수 있다는 건데요. 이것을 '기묘한 공생'이라고 표현하는 작가가 있어요.
이번 주 추천 콘텐츠는 책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입니다. 저자 리단은 매일 스무 알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양극성장애 당사자인데요. 스스로 경험한 것들과 자조모임을 통해 만난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정신질환이라는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저자는 초기 정신질환자부터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글을 함께 싣고 있는데요. 초진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신과 의사와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화하는지, 폐쇄병동 입원 후 어떻게 사회에 복귀할지, 또 우울증·경계선 인격장애·조현병 등 당사자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정신질환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단순히 희망을 주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적인 회복 방법을 다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데요. △우울증 회복을 위한 활동 지침(축소된 활동 반경을 회복하라,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가사를 하라 등) △정신과를 처음 찾은 이들이 유념해야 할 약물의 이해(의사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종교나 섹슈얼리티 등 자신의 핵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도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라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정신질환자에게 도움 될 사항 등을 담아 현실적인 지침서가 돼줍니다.
"나는 정신질환자들이 나을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낫는다는 것이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의미로. 과거 그 사람의 어떤 '맑았던' 시점으로 돌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 병은 그곳 그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다. 오히려 병의 힘을 빌려 우리가 그때보다 똑똑하고 영민할 수 있는 미래에 당도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가능성이 높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는 '어떤 사람들은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병의 세계'에 이미 성큼 들어서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죠. 또 다행인 점은 우리에겐 어떻게 이 병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 끝내 답을 찾아온 동료, 이웃이 있다는 것이죠. 영아님을 비롯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을 잇기 위해 뛰어드는'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