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가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27일 출범했다. 지난 7월 21일 국교위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각 출범'이자, 교원단체 추천 위원 구성을 매듭짓지 못한 '불완전 출범'이다.
국교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출범식을 열고 첫발을 내디뎠다. 출범식에는 이배용 위원장 등 총 19명의 위원이 참석해 향후 업무에 대해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국교위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교위 업무를 수행하고, 교육정책이 안정성과 일관성을 갖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교위는 앞으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수행했던 교육과정 개발·고시 업무도 국교위로 이관된다. 따라서 국교위는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정하고, 교육부는 교과서 개발 등 교육과정 후속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아울러 국교위는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정치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 위원으로 대거 참여하면서 국교위가 사회적 합의가 아닌 갈등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최근 교육부, 국교위 인사 등을 종합해 볼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정권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교육계 염원이었던 국교위 출범을 맞아 축하는커녕 연이어 입장을 내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국교위의 첫 과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심의·의결이다. 2024년 초등학교 1, 2학년, 2025년 중·고교에 순차 적용될 2022 교육과정은, 지난달 시안 공개 이후 논란이 불거졌다. 역사 교과에서 6·25 전쟁의 원인으로 '남침'이 빠지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 게 문제라는 보수 진영의 지적에 이어 총론에서 생태전환교육과 노동인권교육이 빠지고 민주시민교육도 축소됐다는 진보 진영의 지적이 쏟아지면서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국교위가 첫 과제를 얼마나 매끄럽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위상과 신뢰도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육부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공청회를 연다. 공청회에서는 세부 교과별로 진행된 공개 토론회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수렴된 국민 의견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연구 책임자가 직접 발표한다. 연구진은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시안을 최종 수정·보완하며, 이후 교육부의 행정예고 및 교육과정심의회(10월)와 국교위의 심의·의결(11월)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