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바이든이 아니라 '이 XX'... 해명에 왜 13시간 걸리나" 前 청와대 홍보수석의 비판

입력
2022.09.27 14:16
박수현 전 靑 홍보수석 "본질은 尹 비속어 사용"
"대통령실 한미동맹 프레임 걸고 국면 전환" 주장
"해명에 왜 13시간이나 걸리나... 내부 소통 문제"


"대통령실이 이렇게 억지 해명으로 나오면 국민이 느끼는 이 부끄러움의 몫은 누가 감당합니까."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문재인 정부에서 첫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윤 대통령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또 사태를 수습해야 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동업자'의 심정으로 걱정했다.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최고의 수습책은 실수의 인정과 진심의 사과"라고 적은 건, 대통령을 먼저 모신 청와대 '선배' 참모의 진심 어린 충고였다.

그러나 박 전 수석의 기대와 달리,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이 내놓은 건 언론과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강공 대응이었다. "걱정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진짜 부끄럽다"고 혀를 찬 박 전 수석은 연이틀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 대응이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본질은 바이든이 아니라 이 XX야'

박 전 수석이 보기에 윤 대통령 뉴욕 발언 파문의 본질은 비속어 '이 XX' 표현이다.

박 전 수석은 MBC 라디오에 나와 "욕설은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국민들도 다른 것보다 대통령이 한 욕설 부분에 더 낯뜨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보 여야를 떠나 국민들의 평균적 말씀은 빨리 사과했으면 주말에 다 정리돼서 넘어갈 텐데 왜 이렇게 확전하며 정면돌파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이 비속어 파문을 감추려 '한미 동맹 훼손' 카드를 전략적으로 꺼내 들었다는 주장도 폈다.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는 발음 논쟁으로 초점을 옮기고, 한미 동맹 훼손 프레임으로 끌고 가 국면 전환에 나서려 한다는 것. 박 전 수석은 "한미동맹의 훼손이 무슨 만병통치약이고 전가의 보도인가. 한미 동맹만 꺼내면 마치 무슨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이 XX들' 비속어 사용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MBC 라디오)고 선을 그은 데 대해서도 박 전 수석은 "바로 그 인터뷰가 초점을 그렇게 옮기고 싶다는 대통령실의 속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 우려 잘 알아" → "본질 아니다"... 비속어 해명도 혼선

비속어에 대한 대통령실의 혼선도 논란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첫 해명은 '사실상의 인정'으로 보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13시간이 지나고 나온 첫 해명에서 대통령실은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김은혜 홍보수석)며 비속어 사용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바이든이'가 아니라 '날리면'이었다,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가 승인을 안해주면'의 뜻이었다 등등 나머지 발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바로잡았지만, 비속어에 대해선 대체 표현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정면돌파에 나섰던 26일 대통령실은 비속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야당 폄훼 논란 지적에는 "야당을 지목했다는 것만은 아니다", "소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애매한 태도를 취했을 뿐이다.

왜 해명에 13시간이 걸렸나... '내부 소통 문제'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비속어 사용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한 채 추후에 정리할 기회가 있을 거라는 입장만 유지했다. "(지금은) 비속어 논란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비속어가 논란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유감 표명이든 그 이상이든 주저할 이유도, 주저해서도 안 된다"면서다.

박 전 수석은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대통령실의 해명이 13시간 만에 나온 것도 문제 삼았다.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하면 됐을 일인데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 박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변인은 언제든 질문할 권한을 드리겠다고 말씀한 적이 있고 그래서 항상 거리낌 없이 여쭤봤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실 구조는 그런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해명이 늦어진 배경으로 윤 대통령 발언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음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