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1년 만에 민간 주인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화그룹과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하면서다. 수차례 타결과 파행을 반복하며 진통을 겪은 민영화 여정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최종 마침표를 찍는다.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를 보유한 대우조선(옛 대우중공업)이 처음 시장에 나온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였다. 1999년 모그룹인 대우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워크아웃(채무조정)에 들어간 대우조선은 2001년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졸업해 본격적으로 새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매각 작업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산은 민영화를 거론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포스코와 GS, 현대중공업 등 유수 기업이 일제히 경쟁 입찰에 뛰어들었는데, 그 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된 건 공교롭게도 한화였다. 당시 한화는 인수가로 약 6조3,000억 원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한화와 지분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09년 3월까지 매각대금을 완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자금난에 직면한 한화는 잔금 납부 시한에 여유를 달라며 분할 납부를 요청했지만,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산은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2009년 1월 한화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박탈되면서 매각 절차는 중단됐다. 2009년 12월, 2012년, 2014년에도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희망고문’에 그쳤다.
2015년 전 세계 조선업 불황과 함께 대우조선도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4조2,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빌려줬고, 대우조선이 갚지 못하자 2017년 일부를 지분으로, 일부는 영구채로 전환시켰다. 2017년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인 한도여신까지 2조9,000억 원을 제공했지만 위기를 구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잠잠하던 대우조선 민영화는 바로 이 즈음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국내 조선업 ‘빅3’ 간 경쟁 격화와 저가 수주가 불황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중 한 곳이 대우조선을 인수해 ‘빅2’ 체제로 재편하자는 구상에 힘이 실렸던 것이다. 2019년 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고, 곧바로 본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엔 해외국가 기업합병 심사가 걸림돌이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1월 세계 1ㆍ2위 조선사 간 통합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과점이 우려된다면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70%에 육박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EU의 불승인으로 3년간 끌어온 대우조선 인수전은 또 한 번 좌절을 맛봐야 했다.
벌써 ‘6수’에 접어든 대우조선 새 주인 찾기는 일단 새 국면을 맞았다. 산은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문턱도 무난히 넘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화의 경우 조선업을 보유하지 않아 독과점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시각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적인 기업 결합 심사가 약 10개국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사례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결합처럼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 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