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떠나볼까?”… 빗장 푼 해외시장에 제주관광 ‘촉각’

입력
2022.09.26 16:15
일본, 외국인 무비자 관광 재개
동남아 국가들도 방역조치 완화
해외 관광 대체지로 제주 찾았던
내국인 관광객 감소 등 타격 우려
외국인 관광시장 회복 기대도 커져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그동안 코로나19로 잠갔던 빗장을 서서히 풀면서 제주관광업계가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해외 관광 대체지로 특수를 누렸던 제주 관광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제주 외국인 관광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제주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은 다음 달 11일부터 한국 등 외국인에 대해 무비자 관광을 재개하고, 하루 5만 명으로 제한했던 일일 입국자 수 규제도 폐지한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한국, 미국 등 68개국을 대상으로 90일 이내 외국인 무비자 관광을 실시해 왔다.

대만은 오는 29일부터 한국 등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 조치를 재개하기로 했고, 홍콩 역시 2년 반 넘게 유지했던 입국자에 대한 호텔 격리 규정을 이날부터 폐지했다.

이처럼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국가 간 여행을 제한했던 코로나19 방역규제를 풀고 있어 그동안 크게 줄었던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길이 막히면서 대체지로 제주를 찾았던 내국인 관광객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02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길이 막히면서 대체지로 제주를 찾은 국내 관광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내국인 관광객 1,000만 명 돌파 시기는 지난 20일로 기록됐으며,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19년 10월 1일보다 9일이나 빠른 것이다.

하지만 일본 등 각국의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이후 해외 항공권 예약이 크게 늘고 있는 등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제주관광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의 일본 노선의 경우 10월 11일 이전에는 예약률이 80% 수준이었지만, 11일 이후부터는 거의 만석으로 예약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10월 인천∼나리타 노선의 예약률은 이달 5일 기준 40%대였지만 이달 25일 기준 70% 안팎으로 크게 높아졌다. 인천∼삿포로 예약률도 50% 중반에서 90%대로 올랐다.

도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대만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내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했던 여행지다. 특히 일본은 최근 엔저 현상에 따라 예전에 비해 싸진 물가로 관광객들의 부담이 적어 여행 수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제주를 해외시장 대체지로 선택했던 내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반면 입국 전 PCR 검사 폐지 등 국내 코로나19 방역 조치도 점차 완화하면서 외국인 관광시장 회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최근 태국, 싱가포르, 몽골 항공노선이 재개되면서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오는 29일 일본의 인플루언서(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 등 팸투어단 160여 명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며, 11월 11일부터 티웨이항공 제주-오사카 직항 노선도 재개될 예정이다.

도관광협회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의 빗장이 풀리면 우리나라 관광객이 해외로 나가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제주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겠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용태세를 점검하는 등 외국인 관광시장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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