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가 즐겨 먹는 '말', 제가 전국에 알렸죠"

입력
2022.10.01 10:20
오상경 군위전통시장 서민숯불갈비 대표
연못 등에 주로 자라는 수초로 나물인 말
이색 먹거리로 전국에 알려




"말이라고 아세요?"

군위 전통시장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상경(58)사장은 대뜸 '말'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말은 연못에서 자라는 수초로 겨울 끝자락, 혹은 초봄에 긴 장대로 걷어와 깨끗이 씻어서 먹는다. 오 사장은 "2015년부터 4년 남짓 시장 상인회 회장을 했는데, 그 사이 방송국 사람들을 몇 번이나 연못에 데리고 가서 촬영해 '말'을 전국에 알렸다"면서 "나훈아가 제철에 꼭 찾아 먹는 별미로도 유명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즈음에 방송국 사람들을 데리고 연못에 가서 말을 따다 보면 귀가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 시장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장대 들고 연못까지 앞장섰죠, 하하!"

30년 동안 어머니가 국밥집, 시장이 곧 고향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군위전통시장 한중간에 놓였다. 오 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 자리가 맞춤하다"고 말한다. 오 사장의 삶이 씨줄이라면, 군위전통시장은 날줄이다. 오 사장은 군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시절 '시골 청년' 거개가 그러했듯이 성년이 된 후 큰도시로 나갔다. 2002년 대구에 적을 옮겨 10여년 간 유통 관련 사업을 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2012년, 시장에 터를 잡았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30년 넘게 국밥을 팔았던 인연의 끈이 그를 시장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 용돈이 필요하면 시장에 찾아가 돈주머니가 달린 어머의 앞치마를 잡고 늘어졌다. 그에겐 시장이 곧 고향이었다.

그가 마음과 미래를 의탁한 군위전통시장도 반세기 이상 상인들의 땀과 눈물이 차곡 차곡 쌓여 지금처럼 넉넉한 품을 갖추게 되었다. 6.25 전쟁 때 장이 시작돼 인근의 안계시장과 의흥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으나 지금은 선산, 의성 시장에 비견될 만큼 성장했다. 오 사장처럼 '청년 사장'들의 '야망'을 품기에 부족하지 않은 규모가 된 것이었다.

"형님 꼬들살 함 팔아보소" "그기 뭐고?"

식당은 문을 연 첫해부터 단골이 생겼다. 아내 덕분이었다. 워낙 손맛이 좋았고 인심도 넉넉했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는 상태로 손님상에 올리는 계란찜이 특히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군위는 물론이고 부산, 대구, 구미 등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오는 단골이 생긴데는 ‘히트 상품’이 큰 역할을 했다. 식당을 열고 두엇 해가 지났을 무렵 고기를 대는 후배가 넌지시 말했다.

"형님, 꼬들살 한번 팔아보이소."

꼬들살은 돼지 뒷목살이다. 고기가 워낙 꼬들꼬들해서 정식 명칭을 버리고 '꼬들살'이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꼬들꼬들한 고기와 멸치젖갈로 만든 양념을 내놓았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2019년부터 3년 동안 상주-영천 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군위에 내려와 있던 인부들이 식당을 찾으면 꼭 꼬들살만 주문했다. "식어도 맛 좋은 고기"라고 소문이 났다. 고기 맛을 본 이들이 SNS 등에 올린 게시물 덕분에 "인터넷 보고 왔다"는 손님이 하루에도 몇 명씩이나 된다.




토요일에 상설시장 열 계획도

군위전통시장은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장이 서는 날이 말 그대로 쇠젓가락 하나 세울 공간도 없다. 장이 서지 않는 날도 그의 식당만은 '장날'이다. 군위전통시장의 얼굴이자 맛으로 시장의 흥행을 견인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꼬들살 맛보러 오시는 김에 인각사와 삼국유사 테마파크도 한번 둘러보셨으면 합니다. 3일과 8일에 맞춰오시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청정하고 실한 농산물도 사가실 수 있습니다. 군위전통시장 많이 사랑해주시고, 많이 찾아봐주십시오!"

현재 군위전통 시장 상인들 사이에 토요일 상설시장을 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날짜(3일, 8일)가 맞아떨어져 토요일에 장이 서면 대구, 구미 등 타지에서도 장을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까닭이다. 오 사장은 "군에서도 전통시장 살리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인들도 이에 적극 호응해 열심히 뛰어볼 각오"라면서 "팔공산의 청정한 바람과 계곡물을 먹고 자란 군위 농산물은 격이 다르다"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구본학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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