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은 행동으로 시작되어 많은 것을 바꾸고 있는 토요타 그리고 GR

입력
2022.09.26 13:30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은 모두 미래를 향해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탈 탄소의 행보, 전동화의 행보는 모든 브랜드들의 중대한 과업과도 같다. 그래서 그럴까? 각 브랜드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내연기관에 대해 어떠한 미련도 없이, 과거를 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내연기관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 브랜드들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 몇몇 브랜드들은 ‘내연기관의 수명’에 대해 조금 더 장기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고, 이에 따라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내연기관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모습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통해 전동화의 가치, 전동화의 매력을 제시해왔던 토요타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러한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토요타에서 볼 수 없는 ‘설레고 재미있는 차량’을 만들려는 의지까지 담고 있다.

와쿠도키의 토요타

지난 2012년, 토요타는 후륜구동 경량 스포츠 쿠페, 86를 선보이며 ‘와쿠도키’라는 표현을 앞세웠다. 가슴 뛰는 설렘을 주는 차량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는 언제나 ‘사회와 함께 하는 브랜드’ 혹은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는 브랜드’ 등과 같이 고상할 정도의 브랜드 비전을 제시해왔던 ‘평범한 토요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토요타의 선택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86을 기반으로 한 원 메이크 레이스 대회가 일본은 물론 미국과 세계 전역에서 개최되었고, 각 국가를 대표하는 프로 레이서들과 아마추어들이 거대한 ‘축제의 무대’를 장식했다. 더불어 86 원 메이크 레이스는 국내에서도 개최되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 TNGA 기조 및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이전의 토요타보다 한층 경쾌하고 ‘다루는 맛’이 큰 차량들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캠리, RAV4 같은 차량들이 TNGA의 혜택을 받으며 경쟁력을 대폭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와쿠도키한 토요타’라 할 수 없었다. 이전보다 한층 경쾌해진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토요타는 여전히 대중적이었고, 보편적인 차량이었다. 다만 이는 ‘토요타’로는 당연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토요타는 브랜드의 활동을 새롭게 정비하고, 개편하며 독특한 선택을 했다.

대중 브랜드가 가치를 더하는 방법

토요타는 대중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브랜드가 추구하려는 방향성을 구현하기 위해 두 개의 프로젝트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먼저 WRC 재진출과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정상을 목표로 한 WEC 재진출 등의 ‘모터스포츠’ 활동을 강화했다.

과거에도 WRC 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던 경험도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랠리카를 선보여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력이 있던 만큼 토요타는 빠르게 모터스포츠 사업부를 정비, 오프로드 무대를 질주했다.

더불어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최고 무기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앞세워 ‘TS-하이브리드’ 시리즈 LMP1 레이스카를 투입, WEC 매뉴팩처러 부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모터스포츠 활동 재개 선언과 함께 이행된 것이 바로 ‘GR 디비전의 격상’에 있다. 그 동안 토요타 라인업에 ‘스포티한 감각을 더하는 특별 트림’ 수준의 GR 디비전을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고성능 DNA를 담은 브랜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에 맞춰 다채로운 GR 모델의 개발과 출시를 예고하며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팬들은 물론이고 전동화 흐름에 맞춰 점점 갈 곳을 잃고 있는 ‘마니아’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토요타의 선봉, TGR

토요타는 모터스포츠 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응집력 있게’ 전개하기 위해 모터스포츠 활동의 리더십을 개편하고 구조 체계 역시 새롭게 다듬었다. 이에 따라 TGR(토요타 가주 레이싱)이 깃발을 올리게 되었고, 토요타가 활동하는 모든 모터스포츠 활동에 TGR의 브랜딩이 새겨졌다.

붉은색과 검은색, 그리고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클래식한 색상 조합은 컴팩트한 체격의 WRC 레이스카는 물론이고 86 및 렉서스 RC F, LC 등과 같은 투어링, GT 레이스카에서도 돋보였다. 더불어 WEC의 LMP1 역시 마찬가지다.

TGR의 개편과 함께 토요타는 ‘모터스포츠의 진심’이라 할 수 있는 포르쉐, 페라리에 버금 갈 정도로 다채로운 모터스포츠 활동을 펼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곧바로 수많은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응원을 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염원이라 할 수 있던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멈춰 버리는 웃지 못할 사건, 그리고 이후의 꾸준한 우승 행보, 그리고 모터스포츠 활동에 대한 ‘토요타 리더십’의 열정 등이 조명되어 더욱 큰 응원과 관심을 받았다.

한편 TGR은 브랜드가 주도적인 참여 및 활동을 펼치는 모터스포츠 카테고리 외에도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원 메이크 레이스 등에서도 TGR의 브랜드를 앞세워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고, RC F GT3 레이스카를 통해 ‘커스터머 레이싱’도 참여하고 있다.

다채롭게 전개되는 GR

GR의 첫 번째 차량, GR 수프라는 사실 아쉬움이 있던 차량이다. 토요타의 ‘새로운 행보’에 맞춰 개발하기엔 시간이 다소 부족했던 만큼 BMW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다.

실제 GR 수프라는 BMW Z4와 형제 모델로 차체와 엔진, 주요 부품 등을 공유한다. 대신 토요타는 ‘스포츠 쿠페’의 감성 그리고 퍼포먼스 개선을 위해 별도의 조율을 통해 Z4 대비 우위를 점하는 퍼포먼스를 구현했다.

하지만 이후의 GR은 말 그대로 ‘TGR의 활동’를 그대로 양산 무대로 옮겼다. 2012년 데뷔 이후 온로드 레이스와 드리프트 씬 등에서 인기를 누렸던 86을 새롭게 다듬어 GR86으로 구현했다. 여기에 WRC의 경험을 반영해 GR4-AWD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GR 야리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트랙 지향의 GT 컨셉의 GR 수프라, 공도 및 스포츠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 GR86 그리고 펀 드라이빙의 매력, 그리고 언제든 오프로드 주행에 나설 수 있는 GR 야리스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GR 라인업을 확보했다.

또한 커스터머 레이싱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RC F GT3를 업데이트 했고, GR 수프라를 통해 엔트리 GT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GR 수프라 GT4’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GR은 일반 소비자 및 레이서, 레이싱 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투어링 카 대회 출전을 예고하는 듯한 ‘GR 코롤라’가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활동 범위를 고려한다면 더욱 다채로운 GR 모델의 데뷔가 기대되는 장면이다.

대한민국에서도 힘을 더하는 GR

수입 브랜드가 해외에서 아무리 다채로운 활동을 하더라도 이러한 활동의 ‘긍정적인 영향’을 국내 소비자가 누릴 수 없다면 사실 ‘먼 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토요타코리아 역시 국내에서의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하며 TGR의 활동을 알리고, GR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 토요타 코리아는 코로나 19(COVID 19)의 확산, 그리고 냉각된 한일관계의 배경 속에서도 국내 모터스포츠의 대표라 할 수 있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 ‘바디쉘’ 후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슈퍼레이스의 모든 스톡카는 GR 수프라의 외형을 입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과시한다. 더불어 GR 수프라의 고객들을 위한 레이싱 스쿨 프로그램을 개발, 아트라스BX 모터스포츠와 함께 운영하며 스포츠카를 판매 중인 타 브랜드에게 ‘또 다른 귀감’이 되었다.

여기에 GR86 역시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GR 라인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캠리, RAV4에 비하면 ‘작은 판매 규모’지만 관련된 활동 등은 꽤나 인상적이다. 특히 슈퍼레이스에서 활동 중인 레이서 ‘이정우(엑스타 레이싱)’을 앰버서더로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 규모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브랜드가 레이서를 앰버서더로 선정하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을 행동이지만, 토요타는 다채로운 영상, 컨텐츠를 선보이며 토요타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 덕분일까? 국내 모터스포츠에 꾸준한 후원, 참여 등을 이뤄왔던 캐딜락 역시 볼가스 모터스포츠로 이적해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정의철을 캐딜락 앰버서더로 선정하고 캐딜락의 초고성능 세단, CT5-V 블랙윙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토요타는 아직 ‘와쿠도키한 브랜드’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토요타와 토요타 코리아는 생각보다 많은 모터스포츠, 자동차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고 있고,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작은 부분이지만 산업의 행보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모습이다.

일본 정치 상황과 더불어 미국의 인플레 방지 법,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외교 능력 및 태도를 본다면 냉각된 한일관계가 쉽게 풀리지 않을 모습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의 ‘대 일본 외교 성향’이 국민들의 감정과도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토요타 코리아 역시 지금보다 더 많은 활동, 적극적인 태도를 드러내기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토요타가 GR를 통해 그려낼 브랜드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이고,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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